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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제 후보 인선의 기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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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1일 국무회의는 대통령 선거일자를 5월 3일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각 당은 본격적인 선거태세를 갖추어야할 단계에 들어섰다. 공화·신민 양당은 이미 지역구 국회의원 입후보자의 명단을 결정, 발표했었는데 지금 국민의 정치적 관심의 초점이 되어 있는 것은 양대 당이 어떠한 기준 위에서 어떤 인물을 선정하여 전국구 후보로 내세우는가에 있다.
대저 소선거구·비교다수·단일당선제 하에서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애초의 이유는 사표 (낙선자가 얻은 표)의 기능을 재생시켜 소수당이 입는 부당한 손실을 「커버」해 주는 한편 군소정당의 난립을 억제하자는 데 있었다. 그라나 이 나라에서 실시되고있는 비례대표제는 제도 자체가 불합리한 것이어서 사표구제나 군소정당의 난립억제 기능을 발휘치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처럼 법제가 불합리한 것이라 하더라도 비례대표제를 제대로 활용하기만 하면 우리나라 선거 제도나 정당제도의 중대한 결함을 시정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비례대표제를 잘 살려 의회정치의 올바른 전진에 기여케 하기 위해서는 후보인선을 다음 몇 가지 기준 위에서 해야 할 것이다.
첫째로 여러 가지 사정으로 지연이 강하지 못해서 지역구를 가질 수 없는 유능한 인사, 둘째로는 당의 「브레인·트러스트」로 확보되어야 할 인재인데 지역구선거에 시달려서는 안될 인물, 그리고 셋째로는 유능하지만 청빈한 탓으로 선거비를 부담할 수 없는 인물, 넷째로는 전국적으로 보아 직능 면에서 각계를 대표하여 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는 인물 등이다.
이와 같은 기준 위에서 비례대표제 인선을 한다면 이는 정당의 발달을 위해서나 대의정치를 대중사회와 밀착시키기 위해서나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현실적인 면에서 비례대표제의 운영을 보면 적어도 지난 제6대의회의 경우, 그 인선기준이란 이런 이상과 너무나도 거리가 먼 것이었다. 여당의 경우 지역구 선거로 나가서는 도저히 국민의 신임을 얻어 당선될 전망이 태무한 사람을 후보로 선정, 당선시켰다는 것은 5·16주도세력이 집권의 편의상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에서 납득이 안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야당의 경우 비례대표제 의석의 상당수가 공공연히 매매되어 학식·경력·자질, 그리고 국민의 신임도 등으로 보아 도저히 국회의원이 될 수 없는 사람이 돈으로 의석을 사고 4년 간 국회의원 노릇을 해온 예가 있다는 것은 민주선거 타락의 표본으로 국민적 입장에서 통탄을 금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런 과오가 다시는 되풀이되어서는 안될 터인데 지금 항간에는 이번 총선에도 역시 야당이 비례대표제를 공매하리라는 설이 널리 퍼지고 있으며 그 시세도 몇 천만원대를 호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에 이것이 사실이라면 비례대표제야말고 현대판 매관매작의 표본으로서 멸시와 증오의 대상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혹자는 야당의 비례대표제 공매는 정치자금 조달상 불가피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의 정치풍토로 보아 야당이 정치자금에 있어서 심히 궁색하다는 것은 만인이 다 알고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비례대표제 국회의석을 팔고 산다는 것은 정치부패의 원천을 이루고 정당과 국회에 대한 근본적 불신을 초래한다는 의미에서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 비례대표제를 파는 정당이라면 집권 후 대소의 관직을 팔지 않으리라는 보증이 전무한 것이며 또 거액을 내서 국회의원자리를 사들인 자라면 그 밑천을 뽑기 위해서라도 그 임기 중 갖은 부정·부패를 행하리라는 것이 명약관화하다. 정치부패가운데 으뜸가는 정치부패가 바로 관직매매에 있다는 것을 아는 정당이라면, 비례대표제인선을 올바르게 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신임을 얻는 첫걸음임을 인식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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