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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베트콩」속의 21일|「미셸·레이」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내가 차에 나무 가지를 올려놓자 대검을 가진「베트콩」이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미셸」, 너는 굴복을 하고 있으나 일은 제대로 되어간다』고 생각했다. 월남인들은 농담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때 부근 민가에서 어린 소녀가 사탕수수를 씹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 애에게 한 조각 달라고 하고는 모른체하고 어떻게 먹느냐고 물었다. 「베트콩」들은 웃음을 터뜨렸으며 그중 한 명이 사탕수수를 가져와 목질부분을 벗기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주위엔 다소 긴장감이 가시었다. 「베트콩」들은 차에서 내「카메라」와 짐을 꺼내 들었다.


나는 갖가지 도구가 들어있는 가방을 갖고있었는데 감히 가방을 열어 군사용 도구를 보여줄 용기가 없었다. 나는「정글」을 돌아다니면서도 「파토」향수, 목걸이 4개, 「미니·스커트」, 꽃무늬가 든 수영복 등 여자가 필요한 것을 완전히 지니고 다녔다.
다시 논길을 따라 출발했을 때 나는 나의 짐속에 무엇이 들어있나 머리속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람과 부대이름, 그리고 내가 만난 미군·월남군 장교들의 전화번호 등을 가득 적어둔 수첩이 호주머니에 들어있는 것을 생각해냈다. 이 명단은 나를 의심케 할 수도 있지만「베트콩」들에게도 유용할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수첩 한 장을 찢어내어 입에 집어넣곤 씹어뱉었다. 그 후 나는 혐의를 받을만한 15장을 찢어내어 씹었다. 조그마한 집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오후였다. 모든 사람들의 눈길은 내게 쏠렸다. 20명이나 몰려들었는데 애들은 영어로「마이」(나의)라고 불러댔다. 그 소리가 나에겐 듣기 싫다. 나는 침대에 앉아『이놈의 신 때문』에 라고 생각하면서 미 군화를 신은 내발 안보이게 감추려고 했다.

<미지의 여인이 한달 동안 미행>
우리는 내가 가진 물건의 목록을 불어·월남어로 작성했다. 곧이어「베트콩」한 명이 와서 자기도 목록을 필요로 한다고 해서 우리는 목록표 한 장을 더 작성했다. 「베트콩」이 나타날 때마다 목록표가 필요하다고 해서 우리는 오후 내내 목록표를 만들었다. 아마 20 내지 25장을 작성했을 것이다. 오후 5시 학생들이 돌아와 자기들은 석방됐다고 말했다. 한 학생은 크게 웃으면서『아 살았다』고 말하자 나는 화가 나서 그 녀석을 때릴 뻔했다.
반시간 후 농사일을 하는 것 같지 않는 한 여인이 이 집을 차자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나를 한달 동안 뒤쫓아 다닌 여인이었다.
그녀는 검은「파자마」를 입고 목엔 낙하산천으로 목도리를 하고 있었다. 『성스럽고 예쁜 여자!』그녀는 엄한 얼굴을 하고 내 앞에 서 있었다. 나는 이 여인고 오래있고 싶지 않다, 고 생각했다.

<몸에서 나온 돈 스무번을 세어>
「베트콩」한 사람이 형편없는 불어로 말했다『이 여자가 한달 동안 당신을 뒤쫓아 다녔소.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을 알고싶소』
나는 깜짝 놀랐다. 무슨 이유로 이 여인이 한달 동안 나를 뒤쫓아 다녔다는 것인가? 그리고 그들이 모르는 것이라니, 무엇을 말하는가? 그래서 나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으니 한번 더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베트콩」은 되풀이『우리가 모르는 것을 알고싶다』고만 말했다. 『당신네들이 모르겠다는 것이 무엇인가』 『우리가 모르는 것이다』「카프카」소설의 어느 장면 같은 이러한 동문서답식 질문은 더욱 계속 되었다.
이러한 식의 질문이 20여분 계속된 뒤「베트콩」은 그의 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때 나는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냈다. 그들은 내가 무기를 소지하지 않았는가를 알기 위해서 그 여인을 데려왔던 것이다. 그 여인은 나의 몸수색에서 돈을 발견, 스무번이나 센 뒤 소지품「리스트」를 만들었다.

<특색있는 vc 별명 붙여 주고>
그날 저녁「베트콩」몇 사람이 더 그 집으로 왔다. 몸이 마른 젊은 친구가 나에게 서투른 불어로 민족해방전선의 선생이라 자신을 소개했는데 선동요원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다른 집으로 옮아가야 된다고 그가 말했다. 이때쯤 나는「베트콩」들을 한사람 한사람씩 관찰하기 시작했다. 항상 웃기만 하는 친구는「흰 이빨」로 늘 어두운 곳에만 있으려 드는 친구는「스라소니·눈」으로 불렀는데 나의「백」을 들고 다니는 두 녀석은 머리가 길어「비틀즈」를 생각나게 했다.
우리는「정글」속을 여러 시간 걸어갔다. 10「미터」정도 간격으로 개인호가 마련되어 있었다. 선생이란자가 나에게 노래를 부르라고 말했다. 그는 공손하게 말한다고 했으나 나에겐 그 말이 명령으로만 들렸다. 나는『불란서 국가인「말세이예즈」밖에 모른다』고 말했다. 그가『그거라도 좋다』고 말해서 나는「말세이예즈」를 불렀다. 그도 따라 불렀다. 잠시 후 포격이 있어 우리는 대피호로 숨었다. 포 소리가 멀어지자 우리는 다시 출발했다. 여전히 노래를 부르면서-.

<헬리콥터 폭격 대피호에 숨어>
친구들이 모두 나의 안부를 걱정하는 이때「정글」과 포탄 속을 한때의「베트콩」들과 같이 국가를 부르면서 걸어가는 나 자신을 생각하니 바보 같은 느낌이 들었다. 「베트콩」선생의 불란서 말은 서툴렀지만 나는 어쨌든 그에게 말을 걸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그에게「하노이」로부터 왔으냐고 묻자 그는 매우 좋아했다. 그가 내 말을「흰 이빨」그에게 얘기하니 그들은 모두『매우 용감하군』하면서 웃기 시작했다. 나는 무엇 때문에 웃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날 밤 새로이 도착한 집에서 예의 선생은 나에게 입구가 좁은 대피호에 숨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나는 대부분의「베트콩」보다 훨씬 커 좁은 구멍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헬리콥터」가 접근해 오는 소리를 들었다. 「베트콩」들은 대피호로 달려가면서 나를 끌었지만, 나는 너무 긴장해 대피호와는 다른 방향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종일 공습이 계속되었는데 포격은 우리가 디디고 서있는 땅을 마치「젤리」같이 물컹물컹한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예의 선생은 포격 중 누워있으라고 나에게 말했으나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누워있는 것보다는 앉아 있는 것이 포격수에게 더 작게 보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느사이엔가 선생이란 녀석이 나의 두 손을 꼭 잡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는 그와나 가운데 누가 더 많이 무서워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숨은 대피호 속에는 모두 9명이 있었는데 공기구멍은 둘 뿐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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