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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공직자 재산공개 20년, 재정비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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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원배
사회부문 기자

올해는 공직자 재산공개가 시행된 지 20주년 되는 해다. 그간 많은 고위 공직자나 공직 후보자가 재산 문제로 낙마했다. 이 제도가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하지만 제도상 한계로 논란도 적지 않다. 부모와 자녀 등 직계가족의 재산을 고지 거부하는 게 대표적이다. 올해도 행정부 고위 공직자의 27.6%가 직계가족의 재산을 신고하지 않았다. 충청북도 의회 같은 곳은 고지 거부 비율이 40%에 달한다. 시민단체 등에선 고지 거부를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고, 정부에선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직자 재산공개를 담당하는 안전행정부 측은 “일본만 해도 배우자 이외의 가족에 대해선 재산등록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재산등록 가족 범위가 넓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지 거부 비율이 높다면 재산공개 제도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재산공개를 지켜본 한성대 이창원(행정학) 교수가 제도 개선을 강조한 것도 그래서다.

 “4명 중 한 명이 고지 거부를 한다면 재산공개 제도의 취지가 훼손됐다고 봐야 한다. 언제까지 이런 논란을 계속할 것인가. 이젠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시대에 뒤떨어진 조항도 살펴봐야 한다. 공직자윤리법 4조는 직계가족의 재산 등록을 규정하고 있지만 혼인한 딸은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 아들은 독립적인 생계를 한다는 것을 인정받아야 고지 거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딸은 시집만 가면 동거 여부 등과 관계없이 아무런 신고 의무가 없다. 2008년 가부장제의 유산이랄 수 있는 호주제가 폐지됐지만, 공직자윤리법엔 “시집간 딸은 출가외인(出嫁外人)”이란 생각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이다.

 법 개정만 중요한 게 아니다. 적절한 관행도 만들어야 한다. 재산공개는 7년째 금요일에 하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엔 전년 말 기준의 재산 변동 사항을 2개월 이내에 신고하고, 1개월 안에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절차에 따라 3월 말께 재산공개를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유독 금요일이나 휴일 전날에 공개하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2010년엔 3월을 넘겨 금요일인 4월 2일에 공개를 했을 정도다. 상당수 신문은 토요일자 신문 지면이 줄기 때문에 재산공개 내역을 평일만큼 많이 다룰 수 없다. 일각에서 금요일 재산공개를 ‘꼼수’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1급 이상 모든 공직자의 재산공개가 처음 이뤄진 날은 1993년 9월 7일이다. 금요일이 아닌 화요일이었다. 요일 문제로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정부의 의지가 의심받아선 안 될 일이다.

김원배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