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의 용산개발안, 법과 상식에서 한참 벗어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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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역세권개발㈜ 박해춘 회장은 “삼성이 나서야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회장직에서 2일 사퇴할 예정이다. [황정일 기자]

“코레일은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을 정상화할 의지가 없는 것 같다.” 목소리가 다소 격앙돼 있다. 그럴 만도 하다. 사업을 정상화해 달라며 삼고초려를 할 땐 언제고 이제 와 사업이 중단된 책임을 지라고 한다.

 용산역세권개발㈜ 박해춘(66) 회장 얘기다. 그가 2일 사표를 내고 용산역세권개발㈜을 떠난다. 용산역세권개발㈜은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주체인 드림허브PFV(이하 드림허브)의 자산관리회사(AMC)다.

 사업의 방향 등은 드림허브가 정하지만 개발 계획부터 투자 유치, 인허가, 분양 등 사업 실무는 AMC가 맡는다. 박 회장은 2010년 10월 사업을 정상화해 달라는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의 요청에 AMC 회장에 취임했다.

 그동안 그는 중국·중동 자본 유치를 통한 사업 정상화를 꾀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실적은 없었다. 그 사이 드림허브는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고, 코레일은 책임을 강요했다. 그를 지난달 29일 만났다.

 - 코레일의 정상화 방안이 나왔다.

 “코레일이 민간 출자사에 4일까지 요구한 특별 합의서는 현행법조차 무시한 교만의 극치다. 코레일이 사업해지권을 갖는 등 법과 상식에서 벗어난 내용이 한둘이 아니다. 민간 출자사가 동의하고 싶어도 관련법상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 뭐가 문제인가.

 “합의서야 코레일과 출자사가 협의해 다시 만들면 된다. 코레일이 나서야 할 때인 것은 맞지만 모든 것을 코레일이 혼자 하겠다는 게 문제다. 코레일은 부동산 개발 경험이 없다. 신용도가 높다 한들 (해외에서) 누가 그런 코레일을 믿고 투자하겠나. 해외 자본 유치 등이 성공하려면 삼성이라는 초일류 기업의 신용도가 있어야 한다.”

 - 삼성이 나서라는 것인가.

 “그렇다. 삼성이 적극 나서야 한다. 코레일도 삼성을 내칠 게 아니라 끌어안아야 한다. 서울시나 정부도 적극 나서야 한다. 공적자금 지원이 어렵다면 광역교통개선부담금 등 각종 부담금 완화나 인허가 지원 등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드림허브 이사회나 AMC도 전문가 체제로 확 바꿔야 한다.”

 현재의 드림허브 이사회는 출자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배가 산으로 간다는 게 박 회장의 생각이다. 이를 개발·금융전문가와 외부 학계 인사 등으로 새로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AMC는 현재 73명의 임직원 중 30명이 부동산 개발 경험이 없는 코레일 출신이다.

 - 그래도 결국 문제는 사업성 아닌가.

 “코레일은 사업성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억지에 불과하다. 부동산 경기가 안 좋지만 이 사업은 일반적인 부동산과는 다르다. 특히 이미 10조원대의 자본이 투자 의사를 밝혔다. 중국·중동 자금 이다. 땅값(이자까지 9조8000억원)을 깎지 않아도 사업성은 충분하다.”

 - 하지만 해외 자금 유치 실적은 없다.

 “착공 승인도 안 난 건물을 가지고 어떻게 투자 유치를 하나. 게다가 지금의 드림허브 이사회는 전문성이 없어 해외 투자자들이 믿지 못한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투자자를 찾아 투자 의사를 끌어내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와도 실적을 낼 수 없다.”

 박 회장은 사퇴해도 사업이 정상화하면 해외 자본 유치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투자 의향을 밝힌 10조원대의 중국·중동 자금이 실제 유치될 수 있도록 백의종군 자세로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레일은 지난달 말 29개 출자사에 4일까지 특별 합의서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합의서에 반대하는 민간 출자사가 많아 당장 사업이 정상화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박 회장은 그러나 “2만2000여 명의 용산 서부이촌동(통합 개발 대상지) 주민을 위해서라도 출자사가 서로 양보해 정상화 방안을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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