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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예술의 향상과 시설문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해 8월 3일자로 공포된 개정영화법의 엄격한 시행을 위해 공보부는 지난 3일부터 동법에 규정된 영화업자 실태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원래 『국산영화의 육성발전을 촉진하고 영화문화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여 민족예술의 진흥에 기여할 것』을 목적으로 하여 제정됐던 영화법에 대하여는 그 시행과정에서 많은 현실적인 모순을 드러냈었다.
이리하여 동법은 62년 1월 20일의 첫 시행 이후, 불과 5년 이내의 짧은 기간에 이미 2차에 걸친 법개정을 불가피하게 하였던 것인데, 그 중에도 작년 8월의 제2차 개정시에 있어서는 구법에 있던 감독·배우 등의 엄격한 전속제 등 비현실적인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영화제작시설」에 대한 보다 높은 기준을 설정하는 한편, 새로이 「스크린·쿼터」제를 채택함으로써 우수한 국산영화 제작업자에 대해 외화수입「쿼터」의 우선배정 등 몇 가지 특혜적인 육성보호책을 베풀기로 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에 실시될 실태조사는 주로 현존하는 20개 국내영화 제작업자들이 가진 물적 시설에 대한 「점검」을 목적으로 한 것이나, 영화업자들은 그 조사결과에 따라 취해질 당국에 의한 등록취소조치보다는 오히려 그 뒤의 영화수입「쿼터」 배정에 더 큰 관심이 쏠려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개정영화법 시행령에 의하면 「스튜디오」·조명·전기시설 및 촬영기 등의 제반 물적 시설에 대하여 상당히 엄격한 기준을 두고 있으나, 이와 같은 시설은 그 성격상 「스튜디오」설비를 제외하고서는 얼마든지 임시적 변통이 전혀 불가능하지도 않은 것인 만큼 그 조사결과는 어차피 아무것도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지 못할 경우도 있으리라고 짐작된다.
공보부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11인의 동 실태조사위는 이번 시행될 기기검사의 기준에 대하여 이미 구체적인 요령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설사 그 철저한 시행이 보장된다 하더라도 기존업자로서 이 「스크린」에 걸릴 업자는 이미 자진해서 등록을 취소한 몇몇 업자를 제외하고서는 별로 해당사항이 없다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짐작된다.
그렇다면 적지 않은 경비와 인원 및 시간을 소비하여 시행하는 이번 실태조사는 결국 하나마나의 조사를 실시하는 것에 불과하고, 외국영화의 수입을 에워싼 업자간의 불미한 암투라든지, 연간생산량 1백20편이라는 제한을 메우기 위한 쓸모없는 국산영화의 양산경향 등, 보다 본질적인 문제의 해결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 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개정영화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이번 실태조사가 공정과 정확을 기하여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를 바라기에 앞서 먼저 참으로 우수한 국산영화의 제작과 그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숙고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영국이나 「이탈리아」가 산 실례를 보여주고 있는 바와 같이 우수한 영화의 제작과 참다운 영화예술의 진작은 결코 시설위주의 영화업자 보호정책만으로써는 이루어질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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