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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집무실 첫 공개, 벽면문구 노출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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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군 최고사령관 김정은이 29일 새벽 최고사령부에서 미 B-2 스텔스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훈련에 대응한 긴급 작전회의를 소집했다. 김정은의 왼쪽 벽면엔 북한 미사일의 ‘미 본토 타격 계획’을 그린 군사지도가 보인다(빨간색 원). 오른쪽 벽면엔 북한군의 주요 전력 현황이 나와 있다(파란색 원). [사진 노동신문]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부대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잇따라 포착됨에 따라 군당국이 대북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29일 “북한 전역의 중·장거리 미사일 부대에서 병력과 차량·장비의 움직임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이 발사된 평안북도 서해안 동창리 미사일 기지에서도 차량의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군 관계자는 “장거리 로켓의 엔진 성능 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26일 ‘1호 전투근무태세’를 내린 상태다. 그런 만큼 실제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스커드·노동·무수단 등 단·중·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준비 동향이 있는지 집중적으로 정밀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도 “북한이 도발을 통해 얻을 건 없다는 메시지를 주면서 그에 따른 대비태세도 보여주고 있다”며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공동 협력자산을 통해 24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움직임을 일단 시위성으로 판단하면서도 실제로 도발할 경우도 대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책상엔 애플 ‘아이맥’ 컴퓨터 김정은의 책상 위에 미국 애플사 컴퓨터 ‘아이맥’이 놓여 있다. [사진 노동신문]

 앞서 북한군 최고사령관 김정은은 29일 새벽 긴급 작전회의를 소집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최고사령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김정은은 “ 미 본토와 하와이·괌도를 비롯한 태평양 작전전구 안의 미제 침략군 기지들, 남조선 주둔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게 사격대기 상태에 들어가라”고 명령했다. 회의에는 총참모장 현영철과 작전국장 이영길, 정찰총국장 김영철, 전략로켓군 사령관 김낙겸 등이 참석했다.

 전날 스텔스 전략폭격기인 B-2가 미국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기지에서 날아와 한반도 상공에서 훈련을 벌인 데 따른 대응 차원이란 게 북한 선전매체들의 보도다. 김정은은 “미제가 남조선 상공에 연이어 스텔스 전략폭격기 B-2까지 발진시킨 건 반공화국 적대행위가 위협적 공갈단계를 넘어 무모한 행동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최고사령부 집무실이란 걸 공개했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엔 김정은이 집무실 책상에서 서류에 사인하는 모습과 함께 뒷배경으로 노출된 ‘전략군 미 본토 타격계획’이란 지도가 걸려 있는 게 보인다. 또 오른쪽엔 주요 전력의 현황이란 차트가 걸려 있다. 잠수함 40척, 소해함 6척, 보조함선 27척 등 북한군 주요 전력이 노출돼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 본토 타격능력이 있는 것처럼 안팎에 선전하려 비밀스러워야 할 회의내용까지 의도적으로 연출해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오바마 행정부도 강력한 대응입장을 밝혔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2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도발 행위들과 호전적인 발언들이 한반도의 위험을 고조시켜 놓았다”며 “북한이 과거에 비해 훨씬 위험한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또 김정은을 “북한의 젊은 지도자”라고 지칭한 뒤 “김정은의 도발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승희 특파원.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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