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1월] 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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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새해 벽두부터 크고 작은 바람이 '변화'라는 새로운 물결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세상의 흐름 속에서도 시조는 오랜 세월 정제된 형식으로 안정감을 유지하면서 나름의 새로운 미적 실현을 꿈꾼다. 내용을 통해 오늘(時)에 맞는 시조를 지향하는 것이다.

이 달의 장원으로 조금숙의 '황점리 시편'을 뽑는다. 이 작품은 세상을 읽는 시선과 작품을 엮는 솜씨가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어떤 현장을 시적 대상으로 할 때 흔히 나타나는 직설적인 목소리를 차분히 가라앉혀 내면화했기 때문이다.

'宗宅의 늙은 살구나무''녹슨 확성기', 그리고 '세평 남짓 컨테이너에 귀뚜라미와 함께 누워' 같은 구체적인 세목의 형상화는 수해 현장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며 호소력을 높이는 장점을 지닌다.

차상에 뽑힌 정혜숙의 '겨울 산 소묘'는 안정감이 돋보인다. 형식에 맞게 시상을 앉히는 것이나 '슬픔을 밀쳐내는 손, 부드럽고 완강하다' 같은 종장을 보면, 시조 창작에 들인 시간이 보인다.

그만큼 한 편의 시를 엮어내는 솜씨는 무난한 편이지만 신선미와 패기 면에서 다소 문제가 있다. 이런 점은 최종까지 거론된 몇몇 작품에서 보이는 일반적인 현상인데, 이를 극복해야 신인으로서 새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차하는 조우리의 '연'을 올린다. 함께 보낸 상당한 양의 작품이 그간의 습작이 만만치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많은 시편에서 이미지나 언어의 참신성 등 기교가 두드러진 데 비해, 시적 울림은 약한 면을 드러낸다. 앞으로 이런 문제를 고민하며 대상에 대한 천착이 따른다면 좋은 작품을 쓸 것 같다.

정형시의 매력은 형식과 내용의 절묘한 배합에서 나온다. 응모자 모두 형식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보다 참신하고 뚝심 있는 목소리를 내는 도약의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 박시교.정수자>

*** 중앙 시조 백일장은 시조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습니다. 등단하지 않은 신인이면 응모 가능하며 응모 편수는 1편 이상입니다.

한 해 동안 매 월말 장원과 차상.차하에 뽑힌 분을 대상으로 12월에 연말 장원을 가립니다. 보내실 곳:서울 중구 순화동 7 중앙일보 편집국 문화부 중앙 시조 백일장 담당자 앞(우:100-759). 팩스(02-751-5598)로 보내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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