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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당신이 있는 곳에 CIA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상상을 훨씬 넘는 미국 CIA의 「전능한 존재」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의 고도한 조직과 활동은 추상적이기까지 하다. 사실 「죽의 장막」인 중공 속에서 제1차 핵실험이 성공하고 있는 것을 알아 낸 것도, 「쿠바」로 소련 「미사일」이 운반되고 있는 것도 CIA의 놀라운 정보망에 의한 것이었다.
냉전의 틈바구니에서 출현한 CIA는 오늘 1만5천명의 요원을 거느리고 연간 5억「달러」를 사용하며 세계의 어디서나 「무슨 일이든」 하고 있다. 크게는 「쿠데타」의 음모(53년 「이란」에서, 54년 「구아테말라」에서)로부터, 작게는 정보 수집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지난 14일 「뉴요크·타임즈」지와 「워싱턴·포스트」지상에서 터진 CIA와 NSA(전미국학생연맹)와의 기묘한 관계는 다시 한번 미국 CIA의 으시시함을 느끼게 했다. 그 보도에 따르면 15년간이나 CIA는 NSA에 기밀자금을 원조해 왔다는 것이다. 그 꼬리를 물고 미국의 신문노조, 국제노동문제연구소, 그 밖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민간단체 등 10여 단체에 CIA가 기밀 자금을 나누어주고 있었음이 폭로되었다.
국무성도 솔직히 이런 사실을 인정하게끔 신문의 취재보도 「캠페인」은 완벽한 「소스」에 의한 것이었다. 『CIA가 NSA에 침투한 정부의 정책은 개탄해 마지않는다. 나는 CIA가 하고 있는 짓이 못 마땅하다. CIA의 감시는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 그 활동도 정보수집에 한해야 한다.』는 「험프리」 부통령(20일 「스탠퍼드」대 연설에서)의 열변만 들어도 CIA의 그런 「검은 그림자」를 의식 할 수 있다. 「매카시」 상원의원(민)은 21일 재빨리 「CIA 특별조사위원의 설치 결의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제 미국 의회는 「CIA」를 안건으로 놓고 「민주적 개방사회의 침해」라는 도의론과 「국가안전보장」이라는 현실론의 씨름을 벌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현실론쪽이 우세하고있다. 「로버트·케네디」도 서슴없이 그 편이다. 요는 냉전의 해소 없이는 그런 씨름의 결판이 날 수 없다. 하지만 NSA사건이 「쿠바」 상륙 실패와 함께 CIA의 어깨에 또 하나의 「검은 별」을 달게 한 것임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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