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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신 체제파」(오르데루·바루)가 가는 길|「수하르토」 선언의 저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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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실권을 뺏긴 혁명아 「수카르노」 대통령의 하야를 둘러싼 어제 오늘의 「인도네시아」 정치 정세는 착잡하고 미묘하기 이를 데 없다. 실력자 「수하르토」 장군은 지난 4일 『신 체제파의 확고한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 구 체제 타파를 위해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라고 연설하여 전투적인 학생행동전선(KAMI)으로부터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다. 한편 「아담·말리크」 외상은 20 일 학생들에게 「수카르노」 대통령을 위한 망명이나 타협이 있을 수 없으며 사임 아니면 파국이라고 말해 단안 직전임을 시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의 「라디오」와 신문은 지금 「신 체제」「신 질서」의 선전에 여념이 없다.
이렇듯 「수카르노」의 완전 하야를 눈앞에 두고 신 체제·신 질서를 외치는 신 체제파는 「인도네시아」를 한 손에 장악하고 있다. 「신 체제파」란 용어가 생긴 것은 작년 6월20일부터 7월6일까지 사이에 열렸던 제4회 잠정국민협의회 직후부터―.
이른바 9·30사건 후 「인도네시아」의 전위로 등장한 학생들이 「오르데루·바루」(신 질서)를 부르짖고 서부터 이 용어는 「수카르노 정치에의 결별」을 뜻하는 구호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나수티온」 장군에 의하면 「신 체제」 란 『현실적인 사고 방식에 기초를 두고, 국가 이익을 먼저 생각하며 개인 숭배를 배제한다. 그리고 45년에 제정한 헌법과 건국 이념인 「판차·시라」의 원리를 지키고, 제4회 잠정국민협의회의 모든 결정을 정당하게 준수·적용하는 체제』이다.
재작년 9·30사건 후 신 체재파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인니의 국내정세는 격동의 물결이 세찼지만 「인니 공당과 용공분자의 괴멸」을 들고 일치 단결했다. 그런데 그들의 숙청 작업은 지나쳤던 것 같다. 작년 여름의 일―.
「인도네시아」의 반공 학생 집단인 「학생 행동 전선」은 다음과 같은 호소를 했다.
『국군 병사들이여, 여러분은 젊은이의 생명의 가치를 아는가. 젊은이를 죽이지 말라.』
그러나 지금 인니의 정정은 「반공의 논리」로 「수카르노」를 축출하려는 「수하르토」 체제 내에서 반론하는 기미가 보여 그 전망이 투명치가 못하다. 「수카르노 없는 인니」를 염려하는 일부 국민의 의식을 생각지 않을 수 없게끔 된 것이다.
기실 신 체제파 안에서도 「처형」을 주장하는 「나수티온」 장군의 「독수리파」가 있는가 하면 「외유」정도로 매듭지으려는「수하르토」장군 및 「말리크」 외상 등의 「비둘기파」 등 두 갈래로 엇갈려 묘한 「뉘앙스」를 나타내고있다.
이 같은 「나수티온 전략」과 「수하르토 전략」의 차이는 그 후 실제로 국내외 정치와 국제외교 면에 반영되었다.
신 체제파는 앞서 「공공요금의 인상」을 공표 한 적이 있다. 값이 8배가 뛴 유류를 비롯, 생활 필수품이 대폭 인상됐다.
그러나 신 체제파는 경제재건의 대 명제를 위해 이를 거뜬히 해냈다.
별다른 동요의 기색도 없이―. 「수하르토」 장군은 3월 7일 열릴 예정인 잠정국민협의회의를 앞두고 그의 최종적 결정을 내려야 할 중대시기에 처해있다. 어디까지나 「헌법 내에서의 투쟁」을 강조하는 그가 「신 체제의 완전 승리」를 위해 어떤 행동을 취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인도네시아」가 독립 후 체제변혁에 있어서 처음 겪는 시련이며 인니 신 체제파의 고뇌이기도하다.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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