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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어오르는 물 전쟁 … 생수시장 지각변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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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140여 개 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국내 생수 시장에 올 들어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농심이 갖고 있던 ‘제주 삼다수’의 국내 유통 사업권을 지난해 12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제주개발공사)가 회수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삼다수 유통권을 내놓은 농심은 한라산 대신 백두산 물을 사용한 ‘백산수’로 다시 도전에 나섰다. 백산수는 백두산 해발 670m에서 취수한 생수다. 백두산 천지(天池) 북쪽 마을인 중국 얼다오바이허(二道白河)에 흐르는 내두천의 물로 만들었다. 내두천은 섭씨 6~7도의 찬물이 일 년 내내 흐른다. 농심은 2003년부터 수원지를 찾기 위해 울릉도를 비롯해 프랑스·하와이의 화산지대까지 살펴봤다. 내두천 인근에 설비를 갖춘 것은 2010년. 스위스·프랑스 회사를 통해 정수 설비를 설치했고 취수부터 포장까지 현지에서 완성하도록 했다. 취수지에서 떨어진 곳에서 생산할 경우 오염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유일의 저온 화산 암반수로, 경도가 낮은 연수다. 일반적으로 경도가 낮으면 ‘목넘김이 부드럽고 물맛이 좋다’라고 평가할 수 있다.

 입소문이 나면서 백산수는 발매 100일 만에 대형마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에서 점유율 3위로 뛰어올랐다. 지난달부터 판매를 시작한 홈플러스에서도 백산수 점유율은 이달 들어 12.8%까지 상승했다. 삼다수와 마트 자체브랜드(PB) 제품에 이어 3위다. 롯데마트에서도 이달 들어 점유율 13.1%로, 삼다수(34.6%)와 PB샘물(18.5%)을 추격하고 있다. 백산수는 현재 대형마트 중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에서만 팔고 있다.

 농심 신철석 부문장은 “아직 출시 초기라 소비자 인지도가 21% 수준에 불과한데도 두 자릿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한 것은 고무적인 결과”라고 자평했다. 그는 “특히 한 번 산 고객의 재구매율이 87.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돼 앞으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심은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생산량을 기존의 두 배로 늘리고 있다. 현재 판매되는 600ml와 2L 외에 다양한 용량의 제품 출시도 검토 중이다. 반응이 좋아 올해 안에 생산 설비도 증설할 계획이다. 농심은 5년 안에 국내 생수 시장 1위를 탈환한다는 장기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제주개발공사는 올해부터 대형마트와 기업형수퍼마켓(SSM)에 삼다수를 직접 공급하고, 편의점 등 기타 유통망은 광동제약에 맡겼다. 삼다수와 수원은 같지만, 레드닷 디자인상을 받은 고급스러운 포장을 한 프리미엄급 생수 ‘한라수’도 다음 달 양산에 들어간다. 지난해 말부터 백두산 물 ‘백두산 하늘샘’을 내놓은 롯데칠성음료도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550ml 소용량 제품만 판매 중인데, 5월부터는 대용량도 판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1997년 선보인 ‘아이시스’는 생수업체 최초로 홈쇼핑 판매를 하고 있다. 대용량 생수 제품이 무거워 배달을 선호하는 고객을 노린 것이다. 지난해 6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생수시장은 삼다수가 33%, 대형마트 PB제품들이 12%, 롯데칠성 20%, 해태 강원 평창수가 4% 정도를 차지했다. 올해 생수 시장은 지난해보다 10% 커질 전망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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