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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규명 불투명 속에|한일호 사고 벌써 한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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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백여 생명을 앗아간 「한일호」 참사가 있은 지 한 달째― 7일 현재 아직도 사고의 원인과 책임 소재가 밝혀지지 않은 채 물 속에 잠긴 원혼을 달랠 길 없다. 특히 「한일호」와 충돌, 비극을 빚어낸 해군73함(충남호)에 대한 해군의 자체조사가 지지무진―. 지금까지 해난심판소와 검찰의 조사와는 달리 도리어 73함의 합법을 주장하며 「롤백」을 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일호」의 선체가 드러나면서 검찰(나호진 부장검사 지휘)은 「한일호」의 운항상의 무과실과 사후 처리상의 과실을 밝혀내고 선원 3명을 구속.
부산지방 해난심판소(장여옥 조사관 조사)는 73함의 과실을 3개항의 이유를 들어 뚜렷이 했다.
그러나 한국 함대측은 검찰과 부산 해난심판소의 견해를 『심문에 말려 든 견해』라고 까지 말하면서 노골적으로 불신하는 태도.
해군의 자체조사는 ①물적 증거의 부족 ②선원들의 횡설수설 ③한일호 운항 상태의 미확인 ④모의 항해의 필요성을 들어 『조사는 지금부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군 자체조사 7인 위원회(위원장 정경모 제독)는 이번 사건이 해군사상 첫 선례를 남길 것이라는 데서 신중론을 펴고 해상충돌 예방법의 과학적 해석을 위해 해외 각국의 충돌 사건 판례와 자료를 모으고 있으나 동해 56함 사건 등 겹친 해군의 불운으로 인한 장병들의 사기 진작(김영관 해군참모총장의 말) 등을 내세워 더 이상 이 사건이 들썩이지 않도록 발표를 꺼리고 보안 조치에 더 신경을 쏟고 있는 형편이다.
73함의 전 함장 조세현 대령을 중과실 혐의로 입건 군법회의에 넘기려던 당초의 방침도 보류된 채 조 대령은 아직도 대기상태―. 특히 해군은 ①73함이 현대 장비와 「레이더」를 갖췄으나 진해만에 가까와 한일호 선체가 육지 광경에 가려 보지 못했다고 당초 해군 발표를 번복 ②해군기지법 16, 17조를 들어 연안해역 1구와 2구(사고 해역)에서는 군함의 절대권이 인정되므로 해난심판소가 밝힌 고속변침은 합법이라는 새로운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사고직후 해난심판소의 심판이 해군조사와 다를 경우 이에 불복하겠다(장지수 함대사령관)던 해군의 태도는 중앙해난심판 위원회의 최종 심판에 따르겠다(김성은 국방부 장관)는 방향으로 누그러졌으나 최종심인 대법원 심판조차 군에 구속력을 줄 수 없음에 비춰 합동재조사의 여지를 남겨 배수진을 치고 있다. 그러나 한일호 측의 국가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의 국가 패소를 면하기 위해서도 해군 자체 조사는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는 것―. 현재 1백3명의 추정 사망자 가운데 65구의 시체를 건졌고 유족에겐 시체 1구 앞에 7만원(국방부 5만원 해군 2만원)씩을 지급했다.
한편 해군 당국이 국제법(해상충돌예방 법규)에 우선한다고 내세운 국내법(해군기지법)은 6.25 전쟁 당시인 1950년에 제정, 주로 전시 상황 속의 군항 기지 보호를 위해 적용돼 왔으나 해군측이 말하는 l구와 2구의 해역엔 어선과 여객선이 뻔질나게 드나들어 왔었다. 지난 3일 갑자기 해군기지법 16조에 근거를 두어 일반 선박의 항만 운항을 통제한 것은 73함의 과실을 기지법으로 합법화하려는 사후 조처로 해석되어 빈축을 사고 있다.

<해군기지법>
▲1조=본 법은 해군기지의 보위를 목적으로 한다.
▲16조=제1구와 제2구에는 해군소속 함선 이외의 선박은 통제부 사령관의 허가 없이 입항할 수 없다.
▲17조=1구와 2구에서 통제부 사령관의 허가 없이 어렵채조를 하거나 표류물 또는 침몰물을 습득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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