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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지 말고, 걸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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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건강하길 원하고, 운동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새해 다짐을 실천하고자 체육관에 등록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려니, 반바지나 리어타드(몸에 꼭 맞는 원피스)를 입을 수 없다고 체념하지 말자. 한 시간 동안 스피닝, 재즈댄스, 또은 킥복싱을 끙끙거리며 할 준비가 안됐다고 포기하지도 말자.

운동 연구자들은 헬스클럽에서 하는 격렬한 육체활동이 건강 증진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거나 최고의 길은 아니라는데 점점 더 동의하고 있다. 사실,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운동법은 '걷기'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실이다. 전속력으로 달리거나, 조깅을 하거나, 뛰는 것이 최고의 운동방법이 아니다. 바로 걷는 것이 최고의 운동이다. 한번에 30분 정도씩, 일주일에 대여섯번씩, 적당히 활기찬 속도(시속 4.8km-6.4km)로 그냥 걸으면 된다. 당장에 운동 효과를 감지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일상생활에서 규칙적인 걷기운동을 하면 뇌졸중, 당뇨병, 골다공증은 물론 관절염, 고혈압 그리고 우울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여러모로, 걷기는 완벽한 운동이라 부를 만하다. 초보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운동 중에 하나가 바로 걷기다. 걷기는 뛰는 것보다 무릎에 충격을 훨씬 덜 주며 옆구리 통증을 제외하고는 부작용도 없다. 하버드 대학 브리그햄 여성병원의 조앤 맨슨(JoAnn Manson) 예방의학과장은 "규칙적인 운동은 우리가 현대의학에서 발견할 '마법의 탄환'(박테리아, 바이러스, 암세포만 파괴하는 약제)과 유사하다."며 "미국인 모두가 하루에 30분씩 힘차게 걸으면, 대부분의 만성질환 발병률은 30%-40%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일이 현실이 되려면, 미국인들이 해야할 일은 아주 많다. 매일 권장 운동량을 채우는 사람은 미국 성인의 3분의 1도 안되며, 40%는 거의 앉아서만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중위생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사망원인 가운데, 운동부족으로 인해 생긴 비만이 기존의 주요사망원인이었던 흡연을 조만간 앞지를 것이라 한다.

운동하기가 항상 너무 어려운 일처럼 여겨지는 것도 바로 문제의 한 축이다. 1970, 80년대 과학자들은 이러한 주제로 연구를 시행했지만, 당시에는 운동으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지 전혀 확실하지 않았다. 결국, 운동의 질병예방효과를 증명하려고 연구자들은 최대 효과만을 조사했고, 운동을 격렬하게 하면 이러한 효과가 얻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강한 운동의 유익함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지만, 그보다도 이 같은 초기 연구에서 묻지 않은 기본적인 물음이 있다. "운동을 통해 몸을 건강하고자 할 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최소 운동량이 있는가?"

지난 5년간 실시된 다수의 연구를 통해 그 해답은 "그렇다"로 판명됐다. 조깅이나 에어로빅 같은 격렬한 운동을 통해 몸이 건강해지듯 힘차게 걷는 것으로도 동일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핵심사항은 시간과 강도는 호환이 가능한 듯하다는 사실이다. 하버드 대학의 운동연구가 아이민 리는 "어떤 활동도 하지 않다가 운동을 약간 시작했다면, 그리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운동량이 늘수록 건강에 미치는 효과도 증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걷기 운동은 한꺼번에 몸의 다양한 부분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걷기 운동이 정확히 왜 자신의 몸에 유익한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집된 증거들을 보자면, 걷기 운동의 효과는 상당히 설득력 있다. 과학자들이 현재까지 걷기 운동의 효과를 인정한 분야는 다음과 같다.

심장질환

힘차게 걸으면 심장에 좋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이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근육으로 혈액 순환을 빠르게 하는 모든 활동은 건강에 유익한데, 심장 또한 근육으로 형성돼있기 때문이다. 다른 측면에서 보더라도, 규칙적인 걷기 운동은 심장을 건강하게 한다. 혈압을 낮춰주면서 동맥의 압박을 감소시키는 역할도 수행한다. 또한 걷기 운동을 하면 몸에 좋은 고밀도 지방단백질-콜레스테롤 복합체의 양이 혈액 내에서 증가되고, 혈액의 "점착성"이 줄어들게 된다. 이로 인해 혈전이 혈액 내에서 덜 만들어지게 된다. 이 모든 효과 때문에, 걷기 운동으로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이 많게는 50% 정도까지 감소할 수 있다.

뇌졸중

최근까지, 걷기 운동이 뇌졸중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몇몇 연구에서 활동적인 사람이 뇌졸중에 덜 걸린다는 사실이 발표된 바 있다. 뇌졸중 가운데서도 특히 쌓인 혈전이 뇌로 연결된 혈액의 흐름을 차단해서 발생하게 되는 뇌졸중의 경우, 이러한 효과가 더욱 크다. 하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뇌졸중과 관련한 걷기 운동의 이로움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후, 지금으로부터 약 1년 6개월 전에 이런 주제의 연구들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연구가 실시된 결과, 걷기 운동이 뇌졸중 발병 감소와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어 졌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의 연구자들이 지난 15년 동안 간호사들 7만여 명의 건강습관을 분석한 결과, 일주일에 20시간 이상 걷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피 덩어리가 원인이 된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40%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중관리

나이가 들수록 먹는 것만으로 체중을 조절한다는 것이 어려워진다. 최소한 30분 정도 힘차게 걸으면, 약 2백 칼로리의 열량이 소비되며, 그 날 하루 종일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살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체중감량

걷기 운동은 지방을 제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최소한 하루에 1시간씩 걸어야만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 30분 정도 육체활동을 한 후에야 몸의 지방이 분해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격렬한 운동을 하게 되면, 지방세포에서 에너지를 뽑아내는 활동이 방해를 받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날 수도 있다. 걷기 운동을 생활화하면 감량된 체중이 유지되는 것 같다.

당뇨병

하루에 30분씩 힘차게 걸으면, 비만자들과 포도당 분해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걸린 당뇨병이 확장되는 것을 늦출 수 있다. 심지어 이러한 당뇨병을 예방할 수도 있다. 지난해 발표된 두 개의 연구 결과가 이를 증명했다.

그 중 당뇨병과 소화계질환 및 신장질환에 대한 국립기관의 후원을 받은 연구는 빨리 마무리 돼야 했는데 이는 걷기 운동이 당뇨병 예방에 있어 처방의약품인 메포민보다 거의 2배정도 더 효과가 있다고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두 연구에서 가장 좋은 결과는 걷기 운동 시작 후 몸무게를 5% 감소시킨 환자들에게서 나타났다. 그러나 핀란드에서 실시된 두 번째 연구 결과, 체중을 감량하지 못한 사람들도 걷기 운동으로 몇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골다공증

걷기 운동은 근육을 강화시킬 뿐 아니라 근육에 붙어 있는 뼈도 증강시킨다. 연구에 따르면 20대 때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몸에 좋은 칼슘을 섭취한 여성들의 경우, 70대에 골다공증이 걸릴 위험이 30% 이상 줄어들게 된다.

관절염

3백만의 미국인들이 무릎 골관절염(손상성 관절염의 일종)을 앓고 있다. 걷기 운동은 그 관절 주변 근육을 강화시켜 관절염으로부터의 고통을 덜어준다. 수영장에서 걷거나, 부드럽게 역도를 하면 관절염에 좋다. 관절염을 잃고 있는 이들은 관절이 회복될 수 있도록 이틀에 한번씩 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울증

동네를 한바퀴 힘차게 걷는 것은 기분 전환에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규칙적인 걷기 운동이 우울증 환자에게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새로운 연구 결과는 “그럴 수 있다”고 말한다. 항우울제 복용은 심각한 우울증을 빨리 없애는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적어도 1개 이상의 연구에서 약물 없이 10개월이 지난 후, 규칙적인 운동을 한 사람들이 항우울제만 복용한 이들보다 다시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가 적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암 지난해 걷기 운동 효과와 관련한 흥미진진한 사실이 밝혀졌다. 걷기 운동을 통해 대장암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는 걷기 운동을 하면 장이 활발한 활동을 하게 되어 평상시보다 찌꺼기가 더 빠르게 배출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런 결과를 확증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물론 걷기 운동으로 모든 병이 치료되는 것은 아니며, 하룻밤만에 효과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와이 대학의 데이비드 커브 박사는 "규칙적인 운동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1주일 안에 걷기 운동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리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규칙적으로 걷기 운동을 하면 나이가 들었을 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걷기 운동을 시작할 준비가 됐으면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안 몇 가지를 제안하겠다. 첫째로, 신발을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달리기를 하던 사람이라면 새로운 신발을 구입하는 게 나을지 모른다. 달리기를 할 때는 뒤꿈치가 땅에 먼저 닿는 이치로 인해, 이를 위한 런닝슈즈들은 뒤쪽 부분이 더 푹신하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걷기 운동을 하면 발전체가 땅바닥 놓여 있는 시간이 길다. 따라서 걷기 운동에 적합한 신발은 앞의 공간이 넉넉해서 발이 편안하게 퍼질 수 있는 신발이어야 한다.

둘째로, 걷기 운동을 한 다음, 얼마나 오랫동안 걸었고, 얼마나 멀리 갔는지 등 운동량을 기록해 두자. 더 잘하도록 자극을 주고 새로운 도전을 하도록 하는 최선의 방법은 발전사항을 기록하는 것이다.

셋째로, 적절한 준비 운동이 필요하다. 근육통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은 천천히 시작하는 것이다. 또한 운동 전에는 준비운동을 하면서 부드러운 스트레치를 하고, 운동 후에도 숨을 고르면서 다시 스트레치를 하면 좋다.

명심하자. 건강해지기 위해 달리기 경주에서 이길 필요는 없다. 성공의 비결은 꾸준히 한 코스를 걸어가는 것뿐이다.

Christine Gorman (Time) / 정은주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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