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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를 예방하는 육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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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4주밖에 안된 아기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힘들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아기는 출생하는 순간부터 이야기할 게 많기 때문이다. 만약 이에 대해 부모가 제대로 대응할 수만 있다면, 문제성을 내포한 아기가 문제아로 성장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어린아이의 두뇌의 신비를 벗겨내는데 지금까지 과학이 이룩해 낸 성과는 결국 결국 아이의 엄마나 할머니가 옳았단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 어머니들은 문제아들이 태어날 때부터 소심함이나 침울함, 과민한 반응 또는 기타 여러 가지 증상들을 일찍부터 드러냈다고 주장하곤 한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종종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기 일쑤지만, 어쩌면 일리 있는 말일 수 있다. 신생아들이 일찍부터 자신들의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에, 부모들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아이의 행동장애를 통제할 기회를 가질 수 있고, 또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나 우울증 같은 심각한 증세로 발전하는 것을 예방할 수도 있는 것이 다양한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샌프란시스코 소재의 캘리포니아대학교 의과대학 로렌스 딜러 소아과 교수는 "아이의 성격에 맞는 육아법을 선택하면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획기적인 개선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아이의 행동을 통해 문제성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는 주장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난 1950년대 정신과의사인 스텔라 체스와 알렉산더 토마스 부부(87)는 아기의 활동수준, 주의력의 범위, 적응성, 격렬함의 정도, 산만함, 기분, 지각자극에 대한 역치, 새로운 환경에 대한 반응, 식사나 수면 같은 신체기능의 예측성 등 아기의 기질을 결정하는 아홉 가지 변수를 확인했다. "생후 한 달 이후부터 이 변수들이 아이의 행동을 통해 나타난다. 바로 이 변수의 차이가 아이의 기질을 결정한다"고 체스 박사는 설명했다.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주장은 학계에서 인정을 받지 못했다. 영아는 마치 백지상태와 같기 때문에 부모들이 아이의 성격을 형성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믿었던 당시, 체스와 토마스 부부는 이같은 주장으로 "결정론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그러나 현장에서 환자를 다루는 의사들은 이제 이들의 주장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행동학자들은 토마스와 체스부부가 제시한 방법과 새로 개발된 성격테스트를 이용해 영아의 60%만이 출생 당시부터 원만한 기질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해 냈으며, 나머지 40%는 까다로운 기질을 가진 범주에 속하는데, 이 아이들은 심각할 정도의 침울함, 반항, 기타 특성들을 보인다.

이러한 상태를 방치하게 되면 80%의 어린이가 행동으로 심리상태를 표출하게 되고, 적대감 또는 반감을 보이며, 심지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로까지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데, 남자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여자아이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나머지 20%는 공포증, 우울증, 강박관념과 같은 증상으로 치달을 위험이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까다로운 기질을 가진 범주에 속한 아기들이 모두 이런 심각한 상황까지 가지는 않는다는 것으로, 무엇보다도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까다로운 성격을 가진 영아가 문제아로 성장하는 것을 막는 최선책은 일부 부모들이 자연스럽게 채택하는 예방차원의 육아법이다. 아기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때, 부모는 재치를 발휘해 아이에게 그것을 알려줘야 한다.

유치원에 입학하기 훨씬 전부터 부모는 서서히 아이에게 학교에 대한 개념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하루 날을 잡아 학교로 데려간다든지, 다음날에는 학교건물 주변을 걷는다든가 하는 순응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아이에게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것은 좋지만, 변화가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는 점을 아이에게 분명하게 일러주어야 한다"고 펜실베이니아대학 의과대학 윌리엄 커레이 소아과교수는 강조한다.

다른 행동장애의 경우에도 이와 비슷한 순응과정이 필요하다. 가령, 민감한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가 어느 정도의 소란을 피우는 것에 대해서는 용인하되, 어느 정도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 부모들이 택해야 하는 육아전략은 아이의 성격에 따라 다른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정신과 의사들과 주치의들은 이것에 대해 알고 있지만 제한적인 행동치료만 할 뿐"이라고 드릴 박사가 언급했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와 같이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능숙한 부모들이라도 문제를 피할 수 없지만, 상황을 개선시킬 수는 있다. "아이와 부모가 공동으로 노력하면, 아이가 가진 문제성 기질로 야기될 어려움을 헤쳐나가는데 대비를 할 수 있다"고 예일 아동연구센터(Yale Child Study Center)의 낸시 클로스 아동발달 전문가가 말했다. 많은 예방전략과 마찬가지로 문제가 커지기 전에 조기에 통제하는 것이 바로 예방 육아법의 목표다.

Jeffrey Kluger (Time) / 안선주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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