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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추경이 뭔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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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일러스트=강일구]

Q 요즘 추경이란 말이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대선 기간에도 새해 추경이란 말이 자주 들렸지요. 지난번 현오석 경제부총리 인사청문회에서도 국회의원이 경기가 어렵다며 추경을 짜야 할 필요성이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추경이 어떤 뜻인지, 왜 이런 얘기가 자꾸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A 추경은 ‘추가경정예산(追加更正豫算)’의 줄임말입니다. 한자로 된 단어라 더욱 어렵죠. 뜻은 ‘추가로 새로 고친 예산’이지요. 여기서 ‘예산’은 나라 살림의 씀씀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부모님이 월급을 받으신 뒤 이것을 어떻게 쓸 것인지 계획을 세우는 것처럼 나라 살림도 매년 말이면 다음해의 씀씀이에 대해 결정을 합니다. 정부, 구체적으로 기획재정부가 새해 예산안을 짠 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이를 결정합니다.

 그런데 이런 나라 살림의 씀씀이에 대한 계획을 다 짠 뒤 불가피하게 돈을 더 쓸 일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이때 정부가 예산 계획을 추가로 바꿔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의 의결을 거쳐 집행합니다. 이를 추가경정예산, 또는 줄여서 추경이라고 합니다. 부모님이 한 달 또는 일 년 돈 쓸 일에 대한 계획을 세운 뒤에 갑자기 큰돈을 써야 할 일이 생겼을 경우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등의 방법으로 계획을 새로 고치는 것을 상상해보면 이해가 빠를 거예요.

 그럼 어떨 때 추경을 할까요. 과거엔 이랬습니다. 이전에는 가뭄이나 장마철 수해 등 갑작스러운 자연재해로 본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추경예산을 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1990년대 이후에는 중소기업 지원이나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쓰기 위해 추경을 편성한 적이 많았습니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주로 기업 구조조정과 실업대책을 위한 재원 확보를 위해 추경예산이 편성됐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를 볼까요. 첫해인 2008년 4조6000억원의 추경이 있었습니다. 당시 배럴당 최고 150달러에 육박하던 고유가를 극복하기 위한 ‘민생안정용’ 추경이었습니다. 2009년엔 ‘수퍼 추경’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인 28조4000억원 규모의 추경이 있었습니다. 그러곤 고용유지 지원금, 취업 취약계층 신규 고용촉진장려금, 실직자에 대한 직업훈련 등 일자리 분야에 예산을 쏟아부었습니다. 이후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은 추경이 없었습니다.

 사실 추경은 가능하면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여러분 부모님은 직장에서 일을 하고 받은 월급으로 살림을 하지만 나라 살림의 경우 국민으로부터 거둬들이는 세금(稅金)이 곧 수입(收入)이 됩니다. 이를 줄여 ‘세입(稅入)’이라고 합니다. 또 세금으로 받은 수입을 사용하는 것을 ‘세출(稅出)’이라고 합니다. 한 해 나라 예산은 들어온 세금, 즉 세입을 바탕으로 짭니다. 세입에 여유가 없는데 세출을 늘리려면 정부도 국채를 발행하는 등의 방법으로 빚을 내야 합니다. 개인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언젠가는 갚아야 하는 거죠. 만약 빚이 계속 늘어나면 최근 그리스 등 일부 남유럽 국가들처럼 국가부도의 위기를 맞기도 합니다.

 그런데 왜 박근혜 정부는 출범을 하기도 전부터 추경이란 단어가 솔솔 나왔을까요. 정부가 공식적으로 얘기한 적은 없지만 ‘경기침체에 대응해 10조원대에 이르는 추경 편성’이란 얘기가 여기저기서 자꾸 나오고 있습니다. 주된 이유는 국내외 경기불황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복지정책 확대에도 돈이 많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들어올 돈(세입)은 뻔한데 써야 할 돈은 많은 게 지금 형편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추경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습니다. 현오석 부총리도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추경예산에 대한 필요성을 밝혔습니다. 그는 당시 “현재 7분기 연속 잠재수준을 밑도는 0%대의 성장률이 계속되고, 일자리 창출 규모도 둔화하는 등 전반적으로 경기가 침체한 상황”이라며 “경기 활력 제고와 서민생활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온 국가미래연구원의 김광두 원장은 지난해부터 “집권 후 경기부양을 위해 10조원 안팎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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