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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대 「실정」의 대각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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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나눠먹는 조급보다 심어 가꾸는 인내를>
현실 판단과 국민의 살림살이에 대해 대통령은 『우리는 한 말의 씨앗을 한줌씩 나누어 먹는 조급함 보다 심어 가꾸는 인내』를 호소했으나 야당은 『한 주먹씩 모아준 씨앗을 한 사람의 발에다 퍼부어 준 것』 (민중당)이라고 반박했고, 다시 공화당은 『야당의 이 같은 주장은 모두가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빈곤의 평준화를 재촉하는 것』이라고 되받아 넘기기도 했다.
이런 현실 규정에서 출발된 여·야의 견해차는 경제 개발 계획의 방향에 관해 가장 날카롭게 대각선 걸음을 시현하고 있다. 대통령 교서는 『1차 계획의 성공으로 공업화의 기초·도약을 위한 정비 작업이 완료되었다』고 밝혔으며 공화당도 『기간 산업은 공업 국가 건설에 불가결의 조건』이라고 주장, 이를 뒷받침했다.

<1차 5년 계획성과 대다수 국민과 무관>
그러나 야당은 『1차 계획은 소수 재벌의 기형적 비대 만을 조장했을 뿐』이라고 한결같이 주장했다. 『약간의 공장이 섰지만 이는 국민 한 사람이 1만원 씩 빚을 지는 6억 「달러」이사의 외채로 이루어진 것이며 재화의 절대 부분이 특권층에 집중 배당됨으로써 국민 다수의 이익과는 무관한 것』(민중당이라는 주장과 『양적인 약간의 확대가 있었다는 것을 부인하려고 하지 않으나 그것은 근로자·농민·중소 기업의 희생 위에 얻어진 성과』 (신한당) 라는 규정은 중산층 이하의 욕구 불만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출발점을 같이하고 있다.
즉 『안정과 이 안정을 토대로 한 내일에의 도약』을 여당은 힘주어 말하고 야당은 독재와 부패의 그늘 밑에서 절대 다수의 국민은 기대할 아무 것 도 갖지 못하고 있다고 맞선 셈이다.

<선거 자유 분위기와 원천적인 부정 선거>
선거를 맞은 자세로서 대통령 교서는 『이번 선거에서 자유로운 분위기를 저해하는 일체의 행위에 대해 엄단할 것』을 약속했으나 민중당은 『3·15부정 선거보다 더 지능적인 박 정권의 선거 태도를 경계하고 국민과 함께 공명 선거 쟁취를 다짐한다』고 맞섰고, 신한당도 『선거법의 독소 조항 개폐를 기피하고 무한대한 부패와 금력 정치는 원천적인 선거 부정』이라고 공격, 공명 선거의 다짐을 믿지 않았다. 공화당은 이 같은 야당의 주장에 대해 『타인을 비방하고 허위를 날조, 조용한 분위기를 과열시키는 것이 공명치 못한 행위』라고 공격하고 여·야 공명 선거 추진 위원회 구성도 제안했지만, 이 같은 서로의 의혹과 불신은 앞으로 선거전을 떠들썩하게 만들 조짐이 분명하다.

<기피·억압의 일관 정부의 「통일 정책」>
야당은 통일 문제·대일 외교·월남 파병에 대해서도 정부 시책을 맹렬히 공격했다.
대통령 교서는 『현실과 사리에 어두운 사람들의 막연한 소망에 영합하는 통일 논의는 백해무익』이라고 주장했으나 민중당은 『통일 정책은 기피와 억압으로 일관하여 북괴로부터 수세로 몰려 통일에 대한 기피 정권의 치욕적 인상을 감수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파병 보완책 불충분 자주 잃은 대일 외교>
민중당과 신한 당은 『대일 외교가 자주성을 상실했으며 경제 예속화로 줄달음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월남 파병에 대해 민중당은 파병의 보완책이 불충분하다하고 『월남전의 명예로운 협상·파월 군의 조속한 임무 종결』을 강조했으나 신한 당은 『정권 연명을 위한 청부 전쟁』이라고 규정, 파병된 현실마저 부정하는 자세에서 조속한 철군을 내세워 스스로들 말하는 「정책 야당」과 「투쟁 야당」사이의 간격을 선명히 그어 놓기도 했다. <이영석>

<공화당> 정치 독주 막아야 전제 조건엔 비합리점도
국회 의원 총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소기의 당의를 추진해서 단계적인 매듭을 짖기 이하여는 계속 집권하여야 하겠다는 여당으로서의 야욕과 성의를 여실히 나타내고 있다. 민주 공화당은 금년도의 정책 기조를 『총화에 의한 착실한 전진』에 두고 당면 문제로서 첫 째 올해의 총선거를 기하여 공명 선거를 실현하고 이 땅에 민주주의의 뿌리를 박겠다는 것, 둘 째 공업 국가를 지향하는 제 2차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것, 세 째 농어민의 소득을 증대시키도록 하겠다는 것 등을 들고 있다. 그리고 이들 당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현실에 부합되는 방도』를 다각도로 모색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총화의 정치, 그리고 지적된 이들 당면 문제의 해결은 확실히 여당이 의욕 하는 정책 기조일 뿐만 아니라 『우리도 잘 살기 위한』국민의 애절한 염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집권당이 구상하고 있는 당면문제의 해결방도에는 그에 전제되는 조건 파악에 있어서 비현실적·비합리적 모순을 그대로 남겨두고 있지나 않는지 걱정된다. 현실의 「정치적」독주와 「부익부 빈익빈」이 과연 이 땅에 민주주의의 뿌리를 박고 자립 경제의 기본을 잡기 위한 기틀을 잡기 위한 기초 작업이라면 그래도 참을 수 있으나 그것이 새 집권층과 그 언저리의 허형과 사치와 치부를 위한 「부패」를 결과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면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한동섭-고대 법대교수·법학

<민중당> 권력 집중에 저항 주목 끄는 "법제정치"
다른 정당의 정책 기조 연설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민중당의 그것도 좋은 생각들이 많이 제시하고 있다. 다만 그와 같이 좋은 생각들이 다 실현가능성 있는 것인지는 하나의 의문이다 .법률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특히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민중당이 내세우는 소위 「법제 정치」라는 관념이다. 아마도 과도한 행정권의 강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시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여러 가지 사실을 제의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주의할만한 것은 ①양원제의 채택 ②대통령의 제한적 국회 출석의 의무화 ⑧국무 회장의 의결 기관 화이다.
이러한 것들은 물론 헌법의 개정 없이는 이루어 질 수 없는 것이다. 자유당 정권시대에도 야당은 이와 꼭 같은 주장을 내세우고 싸운 일이 있다. 민중당의 이와 같은 생각은 권력의 집중 현상에 저항을 보이는 것이라고 하는 점에서 과거의 민주당과 완전히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비록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신한당도 이미 권력의 분산화를 지향하는 견해를 표명한 바 있다. 이렇게 볼 때 「권력의 존재 양식」에 관한 한 야당과 여당은 자유당시대와 완전히 동일한 견해의 대립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크게 주목된다.
이건호-성대 법대 교수·법학

<신한당> 결여된 문제 의식 이율 배반의 동시 지양
우선 모든 분야에 관한 정책 대강을 제시하려고 시도한 점에서 기조 연설문의 체제가 진일보한 느낌을 갖게 한다.
경제 분야에 관한 언급에서 한국적 독점의 특성을 밝힌 점, 소득 재분배 정책으로 소득 양극화의 모순을 해소하자는 주장, 중립국에 대한 전시적 다변 외교 아닌 실질적 중점 외교 실시의 주장 및 부정 부패 없는 성실한 사회 건설을 위한 제언 등은 이 나라 민주정치의 발전을 위한 건설적인 정견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정견이 우리의 실감을 얻으려면 우리의 현실을 투시하는 날카로운 시각을 가져야 한다.
즉 경제적으론 자본 축적과 소득 균등 분배, 정치적으론 근대적 국민 의식의 통일과 민주적 자유란 우리의 이율배반적인 두 당면 과제를 서구에서처럼 단계적이 아니라 어떻게 동시적으로 해결하느냐에 관한 문제의식과 정책적 지혜가 전적으로 결여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본 축적과 국민 의식의 통일에 관한 구체적 방안을 수반하지 않는 여하한 민주화의 호소도 한국의 현실에 「어필」될 수도 없거니와 가공적인 민주화의 구호만으로 소위 선명 야당으로서 의식되기도 어렵다.
이러한 기본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동 연설문은 시정의 시행착오 면이나 잘못 근대화한 점을 군데군데 지적한 점에서 의의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
구범모-서울 문리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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