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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끗하면 지옥, 최강희팀 비장한 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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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이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카타르전 각오를 밝히고 있다. “어느 때보다 훈련에 충실했다”고 자부한 최 감독은 “카타르전에 따라 최종예선 분위기가 달라진다.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필승을 다짐했다. [뉴시스]

어느새 한국 축구 팬들은 월드컵 본선 진출을 ‘너무 당연한 일’로 여기고 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2010년 남아공 월드컵까지 무려 7회 연속 본선에 올랐기 때문이다. 월드컵 본선에 오르지 못할까 봐 애태웠던 건 1993년 도하의 기적 때가 마지막이다. 벌써 20년 전이니, 그 이후 태어난 요즘 중·고생이 월드컵 본선 출전을 당연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국이 속한 월드컵 최종예선 A조는 대혼전이다. 우즈베키스탄이 승점 8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한국·이란·카타르는 나란히 승점 7이다. B조에서 일본이 4승1무(승점 13)로 선두를 질주하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한국이 A조에서 다른 나라보다 한 경기 덜 치렀다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아시아에서는 A·B조에서 두 팀씩 4개국이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을 거머쥔다. A·B조 3위는 아시아 플레이오프를 거쳐 대륙간 플레이오프에서도 승리해야 브라질로 가는 마지막 티켓을 딴다. 카타르전에서 삐끗하면 벼랑 끝으로 몰린 채 오는 6월 최종예선 세 경기에 나서야 한다.

 대표팀의 사활이 걸린 카타르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이 오늘 밤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최강희(54) 대표팀 감독은 카타르전을 하루 앞둔 25일 기자회견에서 “사고를 칠 선수가 너무 많은 것 같다. 선수들이 내 생각 이상으로 집중력을 갖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대표팀은 반년 넘게 승리의 기쁨을 맛보지 못했다. 지난해 8월 잠비아와의 평가전에서 2-1로 이긴 게 마지막 승리다. 그 이후 우즈베키스탄과 2-2로 비기고, 이란(0-1패)·호주(1-2패)·크로아티아(0-4패)에 3연패했다.

 그 사이 최 감독은 다양한 실험을 했고, 매번 실패했다. 이란과의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이동국(34·전북)을 대표팀에서 전격 제외했고, 크로아티아전에서는 두 선수를 함께 기용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에는 박주영(28·셀타 비고)을 소집하지 않는 초강수를 뒀다. 이번에도 실패했을 때는 “이동국 등 전북 시절 인연이 있던 선수만 편애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위험한 선택이지만 최 감독은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이 웨이’를 선언했다.

 비자 발급 문제로 결국 취소됐지만 축구협회는 최 감독의 요구로 한때 시리아와의 비공개 평가전을 추진했다. 공식 A매치로 하면 20억원가량 수입이 생기지만 부담 없이 다양한 테스트를 하기 위해 비공개로 치르려 했다. 최 감독이 카타르와의 경기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주영이 빠졌지만 원톱은 여전히 고민거리다. 이동국은 아홉 살 후배 김신욱(25·울산)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선수비 후역습’ 전략의 카타르 밀집수비를 뚫는 데는 1m96cm의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의 파괴력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왼쪽 공격수는 이근호(28·상무)·지동원(22·아우크스부르크)·손흥민(21·함부르크)이 경합하고 있다. 오른쪽 공격수로는 이청용(25·볼턴)이 유력하다. 이청용이 기성용(24·스완지시티)·구자철(24·아우크스부르크)과 중원에서 어떤 하모니를 연출할지도 관심이다. 이들이 함께 뛰는 건 2011년 1월 아시안컵 이후 2년2개월 만이다.

 수비진은 대표팀의 고질적 불안 요소다. 이번에는 A매치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로 구성돼 걱정스럽다. 측면 수비수 박원재(29·전북)가 A매치 열 경기, 중앙 수비수 정인환(27·전북)이 네 경기를 뛴 게 전부다. 중앙 수비수이자 주장인 곽태휘(32·알 샤밥)는 허벅지 뒷근육 부상에도 불구하고 출전하겠다는 투지를 보이고 있다.

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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