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취재일기

후보 못 내는 민주당 솔직해져야 길이 보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강인식
정치국제 부문 기자

안철수 후보가 귀국하기 사흘 전, 기자는 민주통합당 관계자로부터 2개의 여론조사 결과를 들었다. 모두 후보 난립을 전제로 한 조사였다. 안철수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앞선다는 내용이었다.

 ▶기자=“단일화 없인 안철수도 힘들겠네요.”

 ▶당 관계자=“민주당이 후보를 낼 수 있다고 보세요?”

 ▶기자=“그래도 제1야당인데.”

 ▶당 관계자=“두 조사 모두 민주당이 4위예요. 뭐 좋아요, 3등 한다고 칩시다. 선거 결과가 저렇게 나오면 국민에게 뭐라고 할 수 있겠어요.”

  25일 민주당이 서울 노원병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야권의 어머니이자 맏형의 고충’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솔로몬의 재판에서 생모의 심정으로, 집안 전체의 미래를 생각하는 맏형의 입장에서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김동철 비대위원)”는 거다. 계파를 초월해 멋있는 말들도 쏟아졌었다. “당이 안철수가 무대 위로 올라오는 걸 막는 것처럼 보여선 안 된다(김부겸 전 의원)”, “야권의 대표로서 연대의 정신, 통합의 가치를 지켜내야 하는 소임 역시 막중하다(김태년 의원)” 등등.

 하지만 과연 그럴까. 민주당이 자력으로 후보를 내 당선시킬 자신이 있는데도 ‘야권의 어머니요, 맏형 역할을 하기 위해’ 고육책을 낸 걸까. 원내 제2당, 제1 야당에 걸맞은 국민적 신뢰와 지지를 받고 있는데도 야권 연대를 위해 스스로 후보 자리를 내놓은 것일까. 민주당은 최근 몇 년 새 크고 작은 선거에서 자기 당의 후보를 내지 못했거나 스스로 공천을 철회했다. 그때마다 민주당은 후보 단일화를 통한 야권 연대의 가치를 앞세웠다. 그렇게 민주당은 늘 기댔고, 대부분 졌다. 지난해 총선 땐 자신들 말대로 “질 수 없는 선거에서 졌고”, 대선을 앞두고는 안철수 후보를 끌어들여 후보로 세우려다 불발에 그쳤다.

 정당의 존재 이유는 정권의 획득에 있다 . 좋은 후보를 내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정권을 잡은 뒤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정책을 집행하는 게 정치다. 스스로 후보를 내지 못하는 정당, 선거 때마다 외부 수혈을 얘기하며 ‘한판 대박’을 노리는 정당을 보며 유권자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4월 재·보선에서 민주당은 판을 흔들 힘도, 상대를 두렵게 할 사람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스스로 자신의 체질이 허약해졌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토대 위에서 혁신이든 개혁이든 해나가야 한다. 맏형 운운하며 무공천 결정을 하는 것보다 그게 유권자로부터 박수 받는 길이다.

강 인 식 정치국제 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