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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경, 내사 보고 혼선 “네 탓” 검·경, 표적수사 싸고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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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강원도 건설업자 윤모(52)씨의 성 접대 의혹 사건이 권력기관 사이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김학의(56) 전 법무부 차관이 21일 사표를 제출하면서 이를 둘러싼 청와대와 경찰 간 진실 공방, 검찰과 경찰 간 갈등, 경찰 내 알력 다툼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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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은 윤씨가 김 전 차관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을 상대로 성 접대를 한 정황을 잡고 지난달부터 내사를 진행했다. 청와대 측에서도 경찰을 상대로 관련 의혹에 대해 물어봤다고 한다. 그러나 이달 중순경 경찰청 고위 간부가 청와대 측에 “김 전 차관에 대해 내사하는 것이 없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13일 오후 김 전 차관이 차관에 내정되자 경찰청 수사 실무팀이 직접 청와대로 들어가 보고를 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청와대 측에 ‘성 접대 동영상’은 확보하지 못했지만 성 접대에 동원된 여성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일선이든 고위층이든) 경찰로부터 김 전 차관과 관련한 내사 사실을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5일 “경찰의 보고가 없었고 본인이 의혹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김 전 차관 임명이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일선 수사라인에서 청와대 측에 내사 사실을 상세히 보고했지만 VIP(박근혜 대통령)에게까지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검찰에선 이번 사건이 경찰청 범죄정보과의 내사로부터 출발한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김광준(52) 부장검사가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사건도 범죄정보과 내사에서 시작됐다.

검찰 내부에서 경찰이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처음부터 검찰 고위직을 타깃으로 삼아 내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는 이유다.

 특히 검찰은 경찰에서 범죄 혐의를 특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내사 사실을 흘린 부분에 대해 격앙된 분위기다.

 그러나 경찰은 “건설업자 윤씨의 비리 사건을 내사하던 중 우연찮게 김 전 차관이 연루된 정황이 나온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경찰 내부의 알력 다툼도 불거졌다. 일선 수사 담당자들 사이에선 경찰 지휘부가 이번 사건을 덮으려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됐다. 경찰 고위 인사가 청와대 측에 “내사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보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 때문에 일선 수사라인에서 별도로 청와대에 보고를 하는 등 내부 다툼이 격화됐다.

 이 같은 ‘집안 싸움’은 고시 출신의 일부 경찰 고위 간부들에 대한 일선 경찰들의 불신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대 출신의 한 인사는 “(일부 고시 출신 간부들이) 검찰과 관련한 경찰 정보를 검찰 쪽에 흘려주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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