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별후 20세연하 남편 보자마자 철창 사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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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한 마리뿐인 롤런드고릴라인 암컷 ‘고리나’가 2년 만에 새 짝을 맞았다. 과천 서울대공원은 25일 ‘고리나’의 대를 잇기 위해 지난해 영국으로부터 들여온 수컷 ‘우지지’(위쪽)를 공개했다. ‘고리나’와 ‘우지지’가 봄볕을 받으며 산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2월 대한항공 화물기 편으로 수컷 고릴라 한 마리가 한국에 도착했다. 우리 속에서 20시간 넘는 고된 비행을 마친 뒤였다. 올해 19세인 그의 이름은 우지지. 스무 살 연상의 짝 고리나를 만나기 위해 왔다.

 고리나가 누군가. 11년 같이 살던 남편 고리롱을 잃고 서울동물원에서 외롭게 혼자 살던 암컷 고릴라다. 사실 남편이 살아 있을 때도 둘의 금실은 그리 좋지 못했다.

 2세를 기대한 주변에선 애가 탔다. 둘 사이에 아기가 태어나지 않으면 대가 끊길 판이었기 때문이다. 분위기를 바꿔 주면 둘의 관계가 나아질까 싶어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바닥을 천연잔디로 바꿔 주고 영양제도 먹였다. 소용없었다. 결국 극단적인 처방을 내렸다. ‘야동’, 다시 말해 다른 고릴라 부부의 짝짓기 영상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소용없었다. 고리롱은 시름시름 앓다 2011년 2월 세상을 떠났다.

 서울동물원은 세계동물원협회에 협조 요청을 해 영국에 살던 우지지를 데려왔다. 영구임대로 하되 둘째를 낳으면 영국에 돌려주는 조건이다.

 한국에 온 지 3개월 된 우지지는 아직은 철창을 사이에 두고 고리나와 얼굴을 익히고 있다.

 우지지가 25일 시민 앞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동물원 측은 “둘의 합방을 성사시켜 아기 고릴라를 탄생시키겠다”며 별도의 TF팀을 구성했다.

강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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