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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 운명 뒤바뀐 키프로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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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중해 분단국가 키프로스의 남과 북 운명이 뒤바뀌고 있다. 키프로스가 분단된 것은 터키군이 북부를 점령한 1974년이다. 6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는 했지만 기독교(정교회) 그리스계와 이슬람 터키계의 오랜 내전이 빚은 결과다.

 국제사회의 승인을 받은 그리스계 남부의 정식 국가명칭은 키프로스공화국이다. 2004년 유럽연합(EU)에, 2008년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에 가입했다. 그리스발 유럽 재정위기는 북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유했던 남부를 디폴트(채무불이행) 직전까지 몰고 갔다.

 터키계 북부는 40년 가까이 유럽시장에서 고립돼 왔지만 전화위복이 됐다. 유로존 위기에서 한 발 벗어나 있는 데다 본토 터키의 경제 붐을 타고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30만 명의 북부 주민들은 남키프로스(인구 83만 명)의 금융위기가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이 25일 전했다. 불안한 남키프로스 은행에서 빠져 나온 돈이 북으로 흘러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얼산 타타르 북키프로스 재무장관은 “우리 은행은 건실하고 높은 이자를 보장하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남부의) 영국과 러시아 예금자들에겐 새로운 곳이 필요하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아직 EU에 가입하지 못한 터키는 유럽 재정위기 가운데도 2010년 이후 연평균 4%대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터키의 투자확대에 힘입어 북키프로스의 관광산업은 2009년 이후 30%나 성장했다. 아름다운 지중해 해변을 따라 새로 건설된 도로 인근에는 리조트호텔 등 관광시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그동안 남부를 주로 찾던 유럽과 러시아 관광객들이 북으로 이동하는 것을 기대해서다.

터키 국영 석유회사는 이달 말께 북키프로스에서 가스전 시험시추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 5년 사이 외국 유학생은 2배가 증가한 5만 명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북부는 여전히 국제사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는 평화협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남북 키프로스는 연방제 재통일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놓고는 이견을 보인다. 북키프로스는 통일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슬람 국가들로부터 우선 승인을 받고자 한다. 하지만 이는 위기에 빠져 있는 남부 키프로스공화국을 더욱 자극해 정국 불안의 요인이 될 수 있다.

한경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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