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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소설의 구조(2)|작품분석을 중심으로 - 김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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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러한 인물은 유형적 인물이며 우리가 어느 서부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카우보이, 어느 애정소설서나 볼 수 있는 순진무구한 처녀 등 개인을 제시하는데 전형 그대로를 제시한 것을 말한다.
따라서 이러한 인물은 개성적인 매력이 없다.
그런데 입체적 인물(Round character)이란 어느 정도의 신축성과 폭을 보여 줌으로써 인물에 생명이 있는 인물다운 것으로 묘사된 것을 말한다. 선인에게도 악의 요소, 악인에게도 선의 요소가 있음을 보여 줌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자연스러움이 그대로 나타나도록 묘사된 인물이다. 동인은 많은 파격적 인물을 창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반 이상이 평면적 인물이고 고 37.8%만이 입체적 인물로 되어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의 소설사를 두고 볼 때 동인 이 전의 어느 작가보다도 많은 입체적 인물을 다룬 것이 된다. 신소설기의 작가들의 인물이나 춘원의 인물들은 대개 평면적 인물로 되어 있다. 동인 소설에 있어서는 평면적 인물이 많기는 하면서도 입체적 인물이 37.8%나 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인간의 성격을 깊이 추구한 작가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동인 소설 중에서 비교적 가작에 속하는 작품은 대개가 파격적 인물과 입체적 인물을 다룬 작품이다.
동인 소설의 주인공은 짧고, 직업을 가지지 않은 인물인 동시에 그 성격은 파격적이고 극단적인 인물이 많이 나온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리고 이들 인물들은 사회와는 유리된 채 사회의식과 사회적 책임이 결여된 인물들이다. 따라서 이들 인물들의 행동도 사회적 윤리나 「모럴」에 구애됨이 없이 본능과 충동대로 행동하게 되고 향락을 추구하는 인물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동인은 인간의 「모럴」의식·사회의식 등 인간이 살고 있는 외적상황에는 개의됨이 없이 인간의 내부상황에 역점을 많이 두고 인간을 관찰한 작가라고 볼 수 있다.
④「애펠레이션」
작중인물이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도 그 이름이 가져다주는 환기작용에 의해 그 인물의 성격을 짐작케 한다. 부드러운 이름이냐 거친 이름이냐에 따라 부드러운 이름의 주인은 부드럽게 느껴지고 거친 이름의 주인은 거칠게 느껴진다. 따라서 작가가 작중인물에 대하는 태도는 여기에도 나타난다. 대체로 한국소설-특히 고대소설에 있어서는 작중인물에 대한 「애펠레이션」이 소홀했다고 볼 수 있다.
김시습의 「만복사저포기」에는 주인공의 이름이 없이 단지 「양생」과 「처자」라고만 되어있고 「이생규장전」에도 「이생」과 「최처자」라고 되어있어 역시 이름이 없다. 그리고 「취유부 벽정기」나 「남염부주지」에 있어서도 「이생」「박생」등과 같이 이름이 없는 점은 같다. 연암의 소설에도「양반」「북곽선생」등 신분만을 얘기했거나 「허생」과 같이 성씨만을 얘기하고 이름이 없다.
물론 「양소유」「성춘향」「홍길동」등 이름이 있는 것도 있지만 대체로 「애펠레이션」에 소홀한 것이 우리의 고대소설의 한 특징이다.
동인소설의 경우에는 전통적인 사회적 통념에 의해서 명명된 것이나 사회적 신분을 그대로 작중인물의 이름 대신으로 한 것도 있지만 부호로 처리된 것이 많이 나오고 음성상징을 이용한 것, 인유적인 것, 우유적인 것, 그리고 서구식 이름 그대로를 사용한 것이 있어 이 방면에도 앞서고 있다.

<마음의 옅은 자>의「K」, <목숨>의「M」 <발가락이 닮았다>의「M」, <배회>의 「A」등은 가벼운 부호로 작중인물의 이름을 대신하고 있어 우리의 주위에 있는 어느 사람을 그대로 지칭한 듯한 느낌을 주고있다.
이름을 얘기하기가 거북하니까 그저 간단히 부호로 처리했다는 식이다. 그리고 이들 인물들은 우리 주위에 흔히 있을 수 있는 이름 그대로 평범한 인물이다.
음성상징을 이용한 「연연」<무지개>과 「애애」<무지개>는 그 이름 그대로 부드럽고 나약한 여인이고 인유적인 「애펠레이션」으로 「솔거」<광서사>는 이름 그대로 하나의 서가이다. 그리고 우유적인 이름인 「곰네」<곰네> 「삵」<붉은산>, 「다부꼬」<대탕지 아주머니> 「송둥이」<송둥이> 등은 이름 그대로 「곰네」는 곰 같이 억세고 완하며 「삵」은 거칠고 난폭한 인물이다. 그리고 「다부꼬」는 꼭 돼지같이 둔하고 못생겼다.
서구식 이름인 「엘리자베드」<약한 자의 슬픔>도 그런대로 이름이 가져다주는 효과를 이용하고 있다. 동인은 그 이전의 어느 작가보다도 「애폘레이션」을 통해 인물의 성격을 제시해 준 작가이다.
⑤성격묘사의 방법
성격묘사의 방법에는 주관적 직접적 방법과 객관적 간접적 방법이 있다. 작가가 작중인물의 심리와 행동을 서술하여 독자에게 설명해 주는 방법이 주관적 방법이고, 작중인물의 심리나 행동을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심리와 행동을 그대로 묘사하여 독자의 판단에 맡겨버려는 것이 간접적 방법이다.
가령 어떤 인물이 인색하다고 하면 전자는 작가의 판단대로 인색하다고 작가가 직접 설명하지만, 후자는 인색한 행동, 인색한 태도, 인색한 언어를 그대로 묘사하여 독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을 말한다.
동인은 전자의 방법을 취하고 있다. 이 방법은 종래의 설화 작가나 고대소설 작가의 방법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이 못 된다. 이 방법은 작가의 주관적 판단대로 작중인물을 설명하기 때문에 작중인물을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하지 못한다.
가령 <광염소나타>에 있어서 「백성수」가 살인, 방화, 시간, 시체희롱 등을 하는 정경을 설명(Tell) 하지 않고 그대로 생생하게 묘사(Show) 했더라면 독자들은 그것을 선명하게 받아들이고 소설의 효과는 더욱 컸을 것이다. 동인의 작중인물에 파격적이고 입체적 인물이 많이 등장하는데도 일견 평범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성격묘사의 방법이 주관적이고 설명적이기 때문이다.
3.배경
작품의 배경에는 시간적 배경과 공간적 배경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말하자면 시대적·역사적 배경과 사건의 진행되고 있는 장소로서의 배경을 아울러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동인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주로 동인이 작품을 제작하던 그 시대, 말하자면 그가 작품활동 했던 1920년대부터 40년대까지에 해당된다.
이 시대는 일제의 식민시대였고 작품을 발표하기 전에 일일이 총독부 검열계의 검열을 거친 후에야 발표되던 시대였다. 따라서 당시의 시대 의미를 깊이 파악하고 이를 고발 내지 증서 하려는 의도에서 작품을 썼다가는 도저히 발표할 수가 없었던 시대였다. 동인 소설에 있어서도 시대의 의미와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얘기하려던 <잡초><논개의 환생>등은 완성을 보지 못하고 말았다.
따라서 동인의 소설에 있어서 배경으로서의 시대의식이 있는 말하자면 작품의 배경에 「액센트」를 준 작품은 거의 없다.
그래서 일반적이고 평범한 배경을 그대로 제시하는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음 공간적인 배경을 살펴보면 대개 도시로 되어있다.
도시=31편(68.8%) 시골=9편(2O%) 혼합=5편 (=11.2%)
이상에서 보듯이 도시가 배경으로 된 작품이 31편으로 68.8%나 되고 시골 및 소읍이 9편으로 20%, 도시와 시골의 혼합인 것이 5편으로 11.2%를 차지하고 있어 배경은 대개 도시로 되어 있고 도시라곤 해도 평균이 대부분이고 나머지는 경성이다.
동인소설에 있어서 배경은 별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작품구조의 한 요소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말하자면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밋밋한 무대 이상의 의미를 발견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 고 동인은 배경에 소홀한 작가라는 결론이 나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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