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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외교의 재평가|한일 타결·월남 파병·「아스파크」·태평양 시대까지 - 박봉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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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일관계 정비에 큰 의의>
지난해 우리 외교의 업적으로서 한·일 국교 정상화와 월남파병을 바탕으로 소위「전진적」자세로 적극 외교를 펴서 아세아의 지역적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였다고 하는 것이 정부의 자평 인 것 같다. 물론 「마닐라」 정상회담 「아스파크」등의 활동이 활발한 움직임중의 하나였던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새 해를 맞이함에 있어서 우리는 한·일 국교 정상화에서부터 시작하여 우리 외교를 조용히 재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한·일 국교 정상화가 경제적으로 무엇을 가져 올 것인가 하는 것은 이미 그 시험 단계는 지났다. 또 기본조약을 위시하여 그 밖의 협정들이 어떤 것이라는 것은 이전에 많은 주장과 반론이 있었기 때문에 이미 설명을 요하지 않을 만큼 그 성격은 명백히 되고 있고 남은 문제는 그 구체적 적용일 따름이다. 그러나 한·일 국교의 정치적 의미는 그 시험단계가 앞으로 닥쳐올 것이다. 다만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동북아세아에서 오랫동안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미 정비의 상태였던 한·일 관계가 정비되었다는 데 큰 의의를 가지는 것이다.

<중공에 대항할 세력권 형성>
우리가 요사이 「전진적」이고 적극외교라는 말로 표현하는 월남파병과 「아스파크」등의 활동과 최근 「존슨」미국 대통령이 주창하고 또 모두들 따라 부르는 소위 태평양 시대, 아세아시대, 또는 아세아 정신 등의 휘황한 표어들과는 일련의 관련이 있음을 볼 수 있다. 미국이 태평양시대니 아세아 정신이니 하는 연막속에서 무엇을 구상하고 있으며 또 우리는 무엇을 구체적으로 머리에 두고 따라 가고 있느냐가 의문스럽다. 우선 미국의 태평양-아세아 시대라는 「슬로건」 속에서 미국의 동북아 정책, 또는 동남아 정책의 실체를 그려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들 지역에 대한 미국의 최대의 관심사는 중공의 세력에 균형을 취할 수 있는 다른 하나의 세력 또는 세력권의 형성에 있다.
이들 지역내에 있는 어느 한 나라에 이 역할을 기대할 수는 없는 실정이기 때문에 협조체 또는 동맹체로 필요한 세력을 형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한 경우 이 지역은 특징적으로 제국주의제국의 피 식민국으로 있던 지역이거나 일본의 침략을 받던 지역들이다. 1941년 일본이 「인도네시아」상륙시 아세아공영운운의 구호로 「수카르노」의 협조를 얻었던 경우를 회상케 하거니와 이러한 지역의 역사적 감정을 해소시키고 미국이 필요로 하는―동시에 이를 지역인 들이 이렇게 해야 『우리도 잘 살 수 있다』 라는 희망하에 - 초 역사적 초 민족적 세력권을 형성하기 위하여는 아세아 정신이란 표어는 편리 할 것이며 태평양 - 아세아 시대란 말은 이 지역에 생길지도 모를 경제적 또는 군사적 협력관계에 미국의 주도적 역할을 정당화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경우 구체적으로는 일본의 등장을 정당화할 것이며, 이러한 추세 속에서는 「수카르노」의 존재는 거추장스러운 것임은 명백하다. 지난번 「마닐라」 정상회담후 「존슨」미국 대통령이 우정 일본을 들르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은 일본을 아세아의 지도자로서 믿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미국이 바라는 일본의 역할을 이해하는데 정부보다 더 많은 시간을 요하고 있다.

<미에 앞지르는 적극외교>
이러한 미국의 아세아 정책 속에서 월남파병과 「아스파크」를 보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정부는 가끔 미국으로서 바람직한 일을 앞질러 자발적으로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한 한에서 적극외교일는지도 모른다. 또 월남파병은 아세아 세력권이 갖게 될지도 모를 군사적 성격의 최초의 시험일지도 모른다. <국제정치학·서울대 문리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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