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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향토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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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로컬리즘」은 한국정치의 뿌리깊은 요인의 하나.
선거의 계절풍이 서서히 일기 시작하면 지방색에 얽히는 정치인과 유권자간의 함수관계는 더욱 복잡해진다.
혈연·지연·유권자의 성분·지역적 특수성 등에 의해 나타나는 지방색은 지역선거에 출마하려는 정치인들의 조직활동 및 득표전략에서 공약 결정에 이르기까지 힘을 내친다.
지역구 선거에 가해지는 「로컬리즘」의 압력은 국회의원을 국민의 대표가 아닌 20만 선거구민의 종복으로 묶어놓고 국가와 사회전체의 발전보다는 지방의 이해를 먼저 내세우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정치풍토를 이 땅에 심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전남 푸대접 시정대책위원회」의 구성으로까지 번졌던 현정부의 「영남편중·호남푸대접」시비는 영남·호남간의 대항의식이 밑바닥에 깔린 채 이번 총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대단위「로컬리즘」의 표본.
정부가 『전라도를 푸대접하고 있다』는 호남지방주민의 뿌리깊은 불만에 대해 여당은 영산강 개발계획·광주공업단지·제2정유공장의 여수 유치 등 을 들어 『시정되어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야당 측에서는 『빈 껍데기 지방 사업으로 그 동안의 푸대접을 보상받을 수 없다』고 주민들의 불만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 느낌.
더구나 목포를 중심으로 한 지역일대의 각종지방사업(67연도예산에 3억1천5백만원 계상)유치의 공을 관계 여·야인사가 서로 자기공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지방색을 타고 일어나는 싸움은 선거「무드」가 익어감에 따라 더욱 가열되고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로컬리즘」은 입후보자에 의해서 자극 받기도 하고 유권자나 그 지방의 특수한 조건에 의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도 많다.
전남 무안군은 도서지방의 유권자가 전 유권자 수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곳.
『지난번 선거에서는 육지사람이 되었으니까 이번에는 섬사람을 시켜야 할 것 아니요』라는 어느 어민의 주장은 조금도 거리낌없이 나오는 말이었다. 전남의 구례·광양·화순·곡성·경남의 함안·의령, 충남의 여천·보령 등 2개군 이상이 합쳐 1개 선거구를 이루고 있는 지역에서는 지방간의 경쟁이 대단한 편.
『글쎄, 우리군에는 사람이 없나요? 선거때마다 저쪽 군사람 잔치니…」― 어느 농부의 가시돋친 말은―『나는 우리군의 발전을 위해서 이번 선거에 출마할 생각입니다』는 한 공천경합자의 말속에 곧 되울렸다.
○…경남 마산시와 진주시에 들어서면 『도청은 우리 시로!』라는 「캐치·프레이즈」가 거리에 퍼지고 있다. 경남도청 유치를 둘러싼 진주와 마산의 싸움이다. 『도청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중앙에 발이 넓은 아무개가 공천을 받아야한다』고 어느 당원이 핏대를 올리는가 하면 『도청유치에는 여당의원이 더 나을 걸』하고 넌지시 선거 운동 겸 한마디씩―.
제2정유공장 부지선정으로 경쟁이 붙었던 여수와 자인, 광주공업단지 때문에 벌어진 광주·광산간의 「줄다리기」는 결말이 났지만, 그 결과는 당해 지역의 선거를 크게 좌우하는 문제로 등장하게 되었다.
○…『제가 지난 선거에서 당선 된 게 누구 덕이라고, 우리 문중 때문이지요』네 가지 성(권.김.이.박)의 씨족이 전체유권자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보수적인 경북 모 도시의 사정이다.
『아무리 소신 있는 정치라곤 하지만, 우리지구에서는 우리 문중의 소리가 곧 당락을 좌우하거든…』사색당쟁을 연상하는 말이기는 하지만 이 사고방식이 현실이고 또 실존하고 있는 것을 어찌하랴….
선거가 눈앞에 다가올수록 지역구마다 특이한 지방색은 정치를 자극하고 정치에 의해 자극을 받으면서 점점 빛깔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윤용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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