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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엑스포 행사장 주변 빈민촌이 관광지로 깜짝 변신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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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호 10면

1998년 5월부터 4개월여 동안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엑스포가 개최됐다. 바스쿠 다가마의 인도항로 발견 500주년을 기념해 ‘바다-미래를 위한 유산’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엑스포 기간 동안 14개 국제기구와 146개국이 참가하고, 1000만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당초 800만 명이 관람할 것이란 예측을 웃돈 성공적인 흥행이었다. 하지만 리스본엑스포는 폐막 이후 사후 활용에서 더욱 인정받았다.

해외 모범 사례들

 리스본시(市)는 엑스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10개년 도시계획’을 수립했다. 쓰레기장·가축도살장 등의 사회기피시설과 빈민가가 밀집해 있었던 행사장 주변의 낙후지역을 엑스포 개최를 통해 재개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엑스포 개최 자체에만 의미를 부여한 게 아니라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수단으로 엑스포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0개년 도시계획’에 따라 엑스포 직후 행사장을 중심으로 국제상업지구와 문화·레저 중심공원을 조성해 나갔고 그 결과 바스쿠 다가마 쇼핑몰, 공연장 등의 문화시설과 호텔·카지노 등이 들어섰다. 엑스포 당시 인기 핵심 시설들은 고스란히 남아 조화를 이뤘다. 리스본엑스포의 백미로 불렸던 유럽 최대의 수족관 ‘해양관’이 대표적인 랜드마크다. 이 때문에 낙후됐던 이곳은 현재 하루 2만여 명의 외부 관광객이 찾고 있는 리스본의 중심지로 탈바꿈했다.

 요즘 스페인의 경기침체로 빛이 바랬지만 2008년 스페인 사라고사에서 개최된 사라고사엑스포도 사후 활용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사라고사엑스포는 ‘물과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주제로 93일간의 개최기간 동안 총 560만 명의 관람객을 유치했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잇는 고속철도의 중간지점이라는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목표 관람객 600만 명에 미달해 본행사의 흥행 성적은 좋지 못했다. 하지만 사후활용에 있어서는 박수를 받고 있다.

 사라고사엑스포는 사라고사가 포함된 아라곤주(州)의 열악한 재정상황 때문에 애초부터 엑스포 전체 투자액(8억7000만 유로)의 75%가량(6억5000만 유로)을 민간으로부터 투자받아 개최했다. 개최 이전부터 민간과의 협력을 통해 행사장의 50% 이상에 대해 행사 후 임대계약을 완료해 놓았다. 이처럼 엑스포 이전에 대부분의 사후 활용 계획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폐막 직후 행사장은 각종 문화·오락·스포츠시설 등이 구비된 비즈니스 파크로 조성됐으며 이 공간에 기업과 공공기관, 연구시설이 배치됐다. 엑스포를 위해 개통한 철도와 고속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시설은 지역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엑스포를 통해 사라고사의 국제 이미지 또한 제고됐다. 사라고사엑스포를 기점으로 사라고사의 관광객이 증가했으며 2010년에는 5개의 국제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2010년 열렸던 상하이엑스포도 순조로운 사후 활용의 수순을 밟고 있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상하이엑스포를 통해 G2 국가의 위상을 선보였다. 특히 상하이엑스포는 190개국과 56개의 국제기구, 7300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들여 ‘사상 최대 규모의 엑스포’로 불렸다. 폐막 후 중국관과 주제관, 인기 있었던 국가관 등 일부 전시관을 보존해 전시 및 교육의 장으로 활용 중이다. 528만㎡에 이르는 넓은 부지는 5지구 1개 벨트로 나뉘어 단계적으로 개발해 나가고 있다. 유명 박람회를 유치하는 ‘문화박람구’, 세계적 기업을 유치하는 ‘도시 실천구’, 호텔 등을 짓는 ‘국제사회구’, 국제전람센터가 들어서는 ‘전람 및 상업구’, 도시의 지속발전을 위한 ‘도시발전구’다. 현재 각 구에는 목적에 따라 공공기관과 상업시설들이 들어서고 있다. 국가전력망공사 등 중앙정부 산하 13개 기업이 들어올 예정이며 5성급 호텔을 포함, 총 4개의 호텔을 건설하는 엑스포 호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2015년에는 엑스포의 가치와 역사를 보여 주는 세계엑스포박물관이 개장될 예정이다.

 빈센트 로세르탈레스 세계박람회기구 사무총장은 지난해 5월 13일 여수를 방문한 자리에서 “사후 활용은 엑스포 성공에도 중요한 요소이며 사후 활용이 잘돼야 모든 것이 행복하게 마무리된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백흥기 수석연구위원은 “성공적인 엑스포들은 지역 발전과 연계한 사후 활용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제대로 된 사후 활용계획이 없으면 아무리 큰 행사라도 1회성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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