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해외로 가도 江南 땅값은 뛴다

중앙일보

입력

대치동아파트 뛰면서 ‘안정남타운’도 1년새 30% 뛰어…빌딩 지으면 평당 임대료 1천만원 ‘거뜬’ “2001년 9월 말 이른바 ‘안정남타운’ 스캔들이 터졌을 때와 비교해서 달라진 게 뭐가 있습니까.” “달라진 게 뭐 있습니까. 보시다시피 똑같습니다. 달라진 건 하나도 없습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휘문고 바로 옆에 있는, 안정남씨(61·전 건설교통부 장관·전 국세청장) 본인과 친인척 소유로 구성된 ‘안정남타운(관련기사 참조)’ 내 중승빌딩 4층에 자리잡고 있는 모출판사의 사장실. 이 회사 사장인 윤모씨(38·안정남씨의 사위)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과연 그런가.

지난해에 이어 올 들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의 아파트값이 급등하자, 조용히 미소짓던 사람들이 있었다. 다름 아닌 이 일대 땅·상가·건물 주인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파트가 급등하고 돈이 몰리면서 대치동 일대 상가·땅·건물의 값도 덩달아 올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대치동 학원들이다. ‘아파트값’과 ‘학원값’이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면서 상승작용을 한 건 부동산가에선 다 아는 사실이다.<본보 622호 참조>

그런데 이처럼 ‘미소짓는 주인들’ 중에는 안정남 전 장관도 끼어 있다. ‘재산 형성 과정에 의혹이 있다’는 야당과 언론의 지적을 받고 있는 그는 지난해 11월10일 출국한 후 현재 외국에 머물면서 귀국을 계속 뒤로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재산 형성 과정은 정권이 바뀌면 국정조사 대상으로 떠오르지 않을까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들이 적지 않다.

아직 터지지 않은 뇌관인 그의 재산 형성 과정을 논외로 친다면, 10년 앞을 내다본 그의 부동산 재테크 안목만큼은 높이 사줄 만하다. 요지의 땅을 골라서 큰돈을 묻어두는 노하우는 아무나 가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먼저 2호선 서울 삼성역 바로 남쪽에 있는 ‘안정남타운’의 가격부터 알아보자. 안정남타운 5개 필지의 넓이는 총 3백88평. 이 중 2백57평은 주차장으로 사용 중이고 1백31평에는 우남빌딩·중승빌딩이 들어서 있다.

이 일대 부동산가에서 보는 이 땅의 가치는 이렇다. “평당 1천7백만원 이상입니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1천5백만원이죠. 1천7백만원이면 안정남타운 땅값이 약 66억원이고, 1천5백만원이면 59억원이죠. 물론 빌딩 건물 값은 빼고 말입니다.” “현재 대치동에선 6∼8미터 도로를 끼고 있으면 평당 9백만원 선입니다. 하지만 6∼8미터 도로를 끼고 있는 안정남타운의 4개 필지(949-3, 4, 5, 6)는 다릅니다. 20미터 도로와 맞붙어 있는 1개 필지(949-7)와 사실상 하나의 땅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두 평당 1천7백만원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땅값도 1년 전에 비해 20∼30%나 올랐다는 것이 중개사 H씨의 설명.
안정남씨는 의혹이 불거지던 지난해 9월 “89년 국세청 부가가치세 과장 시절 서울 대치동 땅(949-7) 1백25평을 6억2천5백만원에 구입했다”고 밝혔다. 그가 스스로 밝힌 평당 구입가는 5백만원. 이게 요즘은 평당 1천5백만원에서 2천만원 선을 왔다갔다 한다. 10년 만에 땅값이 3∼4배로 올랐다는 얘기다.

안정남타운의 앞날이 ‘밝은’(?) 이유가 있다.
우선 대치동 일대 돈의 흐름이다. 쉽게 말해 상가나 토지로 계속 돈이 몰려, 상가나 토지가 강세를 보이는 돈의 흐름인 것이다.

요즘 대치동 부동산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동산 투자기법 하나. “요즘 대치동에 웬만큼 큰 아파트는 10억원 정도됩니다. 가격이 이처럼 치솟자 집주인들 마음이 이젠 상가로 달려가고 있어요. 비쌀 때 집을 팔아서 그 돈으로 4∼5층짜리 상가건물이나 소형빌딩을 사서, 자기는 맨 위에서 살고, 나머지는 임대를 놓은 다음에 월세 5백만∼6백만원을 받아서 살겠다는 계산이지요. 실제 대치동 아파트 팔아서 10억원 이상의 돈을 싸들고 다니면서 이 일대에서 소형빌딩이나 상가를 구하려는 사람들을 꽤 많이 봤어요.”

상가나 사무실 수요가 늘면 자연적으로 소형빌딩이나 빌딩을 지을 수 있는 빈 땅에 대한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안정남타운이 지닌 ‘호재’다.
두번째 이유는 역세권이다. 안정남타운은 지하철 삼성역에서 남쪽으로 5분 거리 내에 있는 ‘노른자위’역세권이다.

“거기서는 뭐를 해도 다 잘될 겁니다. 빌딩을 지어 음식점 장사를 해도 잘되고, 사무실 임대를 놓아도 잘될 것입니다. 입지가 좋기 때문이죠. 특히 테헤란로 샐러리맨들이 넘쳐나는 상권이란 점은 정말 자랑할 만한 강점입니다.”

공인중개사 이모씨의 계산은 이렇다. “안정남타운이 3백88평이면, 얼핏 계산을 해도 건폐율 60%·용적율 6백%로 잡아서, 한층에 2백30평씩 10층 정도의 건물이 들어설 수가 있습니다. 이 일대 1층 임대보증금이 평당 9백만원이고, 큰 도로 안쪽 1층이 7백만원 선이지만, 안정남타운 빌딩이라면 다를 겁니다. 지리적 이점을 감안하면 평당 1천만원 이상은 받아도 너끈히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실제 안정남타운 바로 코앞에 있는, 삼성역 뒤 대치동 이면도로 상가는 만만치 않은 가격을 자랑한다. 공인중개사 최모씨 얘기. “테헤란로 뒤편에 있는 대치동 이면도로 A급 상가는 실평수 10평 기준으로 전세보증금이 4천만원이고, 월세가 1백50만∼2백만원입니다. C급 상가는 실평수 30평 기준에 전세보증금 6천만원에, 월세 2백50만원이죠. 그런데 A급 상가는 없어서 구해주질 못하고 있어요.”

그는 이어 A급 요지에서 상가를 구할 수 없게 되자, 후미진 곳에 있는 구옥을 헐고 4∼5층짜리 빌딩을 올리는 걸 자주 본다고 덧붙인다. 이때 60∼80평정도 되는 구옥의 땅값이 평당 1천1백만원 선.

“이쪽은 말입니다. 사무실이 없어서 임대를 줄 수가 없을 만큼 수요가 많아요. 왜 삼성역과 선릉역으로 이어지는 테헤란에는 대형 빌딩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지 않습니까. 이 테헤란로 이면도로에는 이 큰 빌딩들과 사업적으로 연계를 해서 먹고사는 업종들이 숱하게 많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비싼 테헤란로 사무실을 구할 수 없는 중소업자들의 사무실 수요가 엄청납니다. 이때 임대보증금이 평당 4백만∼5백만원인데, 이 중 30%는 실제 보증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월세로 돌립니다. 월 1.2∼1.7% 정도로요.”

그런데 아직도 월 2% 월세를 받는 상가가 많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안정남타운 근처 조모 공인중개사 얘기. “대치동 이쪽 말입니다. 아직도 상가주인들이 월세로 월 2%를 받습니다. 그만큼 장사를 잘 되기 때문이지요. 월 1.2%를 받는다는 소문은 다 거짓말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잇는다. “얼마나 장사가 잘 되냐고요. 저기 보면, 신해청아파트를 부수고 새로 지은 현대아파트가 있어요. 그 안에 상가가 있는데 글쎄 실평수 50평 정도 되는 1층 평당 임대료가 1천만이 넘어요. 상가주인이 중개사도 필요없다고 하면서 직접 세입자를 구하더군요. 최근에 어떤 증권회사인지, 누군지를 직접 구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역세권도 아니고, 아파트만 있는, 별 볼일 없는 상권인데도 평당 전세보증금이 1천만원이 넘습니다. 그렇다면 안정남타운 같은 요지는 더 말할 것도 없겠지요.”

그러나 안정남타운이라고 해서 ‘악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금리다.
공인중개사 김모씨 얘기. “내가 보기엔 금리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요즘 같은 저금리면 계속 대치동 일대 상가·토지가 계속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금리가 몇 %라도 오르는 날이면 이 일대 아파트건 상가건 토지건 간에 20∼30%씩 대폭락을 할 게 뻔합니다. 안정남타운도 예외는 아닐 겁니다.

왜냐구요. 생각을 해보세요. 요즘 10억짜리 집이나 상가·건물을 보면 대개 3억원씩이나 저당 잡혀 있어요. 지금은 6∼7% 저금리 대출이지만, 10% 이상으로 금리가 뛰면 대출금을 갚을 수가 없는 사람들이 속출합니다. 주인·땅주인들이 견딜 수가 없다는 뜻이지요. 폭락은 피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금리가 오르지 않는 한, 안정남타운의 미래는 당분간 승승장구할 것이란 얘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