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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예진|1967년의 세계(2) - 헨리·셰피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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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확전따라 악화일로>
월남전으로 인해 얼음덩이 같이된 미·소 관계에 조그마한 틈이 생김으로써 1967년에는 한가닥 해빙(解氷)의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공산당 제1서기 「브레즈네프」로부터 일개 지방지 해설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소련인들은 미국의 월남전 개입으로 양국 관계는 금이 갔다고 선언했다.
62년 10월 「쿠바」위기 이후 「케네디」 대통령과 「흐루시초프」 수상간에 시작되어「존슨」 대통령과 현 소련 위정자들 사이에 계속되던「대화」가 완전히 중단되어 버렸다. 「존슨」 대통령은 65년 1월 대통령 취임 직후 동·서간의 가교와 소련 지도자들과의 방문교환을 다짐했다. 그러나 미국은 한 달이 못가 소련수상 「코시긴」의 「하노이」방문과 때를 맞추어 윌맹에 폭탄세례를 가했다.
「코시긴」은 분노와 슬픔에 겨워 「미국이 우리의 우방에 대해 침략을 감행하는데도 미국 지도자들은 소련과의 관계개선을 운운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미·소 관계는 월남전의「에스컬레이션」과 더불어 악화의 길로 치달았으며 미군기가 「하노이」부근을 폭격했을 때는 최악의 위험선에 달했다. 미국은 점점 강해지는 소련의 비난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으며 결코 「모스크바」와의 이해증진을 위한 노력을 중지하지 않았다. 「크렘린」도 모든 문호를 봉쇄하지 않고 미미하나마 정치·문화관계를 유지해왔다.
소련 외교정책의 방침은 지난 8월3일 「코시긴」의 최고회의 기조연설서 『정치의 바른 길은 급속도로 돌아가는 오늘날의 사태진전에서가 아니라 장기적 중요성에 따른 기본추세에 의해 좌우된다』고 역설했다.

<장기 추세가 더 문제>
소련 외교정책의 기본방향은 「스탈린」 사후 모든 소련 대변인들이 선언한바와 같이 평화공존과 미국과의 화해였다. 「흐루시초프」는 57년 본기자와의 사적 환담에서『최강대국인 미·소가 전 인류를 위해 전면 군축에 합의를 본다면 누가 감히 반대하겠느냐』고 말한바있다. 오늘날 소련은 툭하면 월남전이 세계평화를 위협한다는 경고를 발할지라도 「코시긴」은 몇 달 전 「대국적으로 관망할 때 제국주의자의 침략행위로 야기된 현 긴장사태에도 불구하고 국제평화와 안전을 지지하는 국가들을 환영하는 것이 오늘날의 추세』라는 발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지난 여름「코시긴」은 미·소가 현실적으로 시급히 합의를 보아야할 최소한 두 가지 조치, 즉 핵확산 금지 조약과 현재 불법화하고 있는 대기권 및 해저 핵실험을 포함한 지하 핵실험 등 전면 핵실험 금지 조약에 대해 언급했다.

<「핵금」체결 암시도>
최근 주요 핵보유 국가들은「유엔」을 통해 외계와 달에서 핵장치 사용금지에 합의를 보았다. 더구나 「존슨」 대통령과 사적 회담을 마친 「그로미코」 외상과 그 외 소련 대변인들은 내년 핵확산 금지 조약이 체결될지도 모른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소련대변인들은 중공의 비난을 무시하면서 월남 사태가 군축 합의에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견해를 밝힌적이 한두번 아니다. 미·소간의 예술가·교수·학생 등 문화인 교류는 금년 내내 계속되어 왔으며 문화인 접촉은 67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미·소 다같이, 특히 미국은 문화인 교류의 파국점을 어떻게 해서든지 모면해왔다. 월남 문제에 관한 미·소의 냉전이 바로 오랫동안 추진되어온 양국의 영사협정비준과 교역정상화를 지연시켜왔다.
그러나 지연은 되었으나 완전히 취소된 것은 아니다. 이 두가지 문제가 현재 미국 정부에 의해 활발히 추진되고있으며 내년에는 큰 진전이 있을 공산이 크다. 이 문제가 개선될 하나의 길조는 몇 년 전 소련이 제의한 미·소 항공협정의 최종 타결이다. 그러나 이 협정의 최종 서명은 「워싱턴」 당국의 정치적 이유로 보류되고 있다.
어쩌면 내년 봄 사상 최초로 미국의 민간여객기가 「모스크바」에 착륙하게 되고 소련여객기가 무착륙으로 「뉴요크」까지 날아올지 모른다. 분명히 중·소 분쟁이 미·소 관계의 진로에 영향을 주었으며 앞으로도 계속 영향을 줄 것이다.

<국가이익 추구「무드」>
소련은 동·서 화해를 위해 조금만 움직여도 중공의 「공산주의의 반역자」니 「미제의 앞잡이」라는 등 맹렬한 공격을 받아 몇년동안 희생을 당해왔다. 소련지도자들이 중·소 분쟁의 가능한 해결을 위해 아직 희망을 갖고있는 한 그들은 국제공산주의운동에 대한 북평의 선전의도와 그 효과에 어떤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분명히 느끼고 있다. 그러나 중·소 파국이 돌이킬 수 없는 이상 소련은 중공의 선전공세를 무시하고 국가이익에 부합되는 행동을 철저히 추구해 나갈 것 같다. 한편 「워싱턴」당국이 중·소 분쟁을 이용함으로써「모스크바」를 곤경에 빠뜨리게 할 가능성이 많다는 새로운 경고가 소련전역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련은 지금까지 「워싱턴」과 북평간의 불길한 대결을 암시하면서 「모스크바」는 「워싱턴」과 한패라는 중공의 비난을 줄기차게 부인해왔다. 중공이 월남전에 사용될 강철 수천「톤」을 미국에 매각했다는 보도가 소련 신문에 난적도 있었다.

<소는 참전 재촉 저항>
소련은 월남전에서 미·소의 군사적 대결을 재촉하려는 중공의 교묘한 노력에 완강히 저항해왔다.「코시긴」은 『우리는 침착과 자제를 잃지 않고 중공의 그러한 충동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소련의 한 간행물은 지난 12월초「바르샤바」에서의 미·중 회담과 북평 정권을 인정하려는 미국의 태도를 보도하면서 미국이 북평 정권에 제시한 모든 매력적인 제의는 한갓「제스처」에 불과하며 반면 중공은 소련에 계속 적의를 표시하면 미국으로부터 구체적인 『실리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여튼 중공의 위협이 미국보다 소련에 더욱 치중하면 소련의 장기 외교정책 수립자들은 미국과의 화해를 정책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좋은 친구 될 수 있다">
월남전의 불확실성은 가까운 장래에 있을 그러한 화해와 이해에 방해물이 될 것이나 미·소간의 그러한 노력은 구체적인 사태발전에 적절한 조치를 가져올 여러 길조가 있다.
「월남전만 해결되면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말은 소련 시민들이 흔히 하는 얘기다.
이러한 소련의 여론은 공식성명에서도 비쳐왔다. 「코시긴」은 지난 8윌 『우리는 현 미·소 관계가 미국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라고만 믿지 않는다』는 말까지 했다. 그는 이어 『현재「워싱턴」당국의 침략적「무드」를 비난한 후 『그러나 우리는 보다 건전한 추세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월남 문제가 67년 미·소 관계의 시금석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금년 말에 뚜렷해진 이러한 물결은 67년으로 밀어닥칠 것이며 미·소간의 노력도 적지 않을 것이다. 윌남전의 진로가 아직 얼어붙은 미·소 관계에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룩할 수 있느냐를 판가름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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