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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B형 응시자 85% … 난이도는 작년 수능과 비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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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풍문여고 3학년 학생들이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르고 있다. 이날 시험은 전반적으로 A·B형 출제 의도에 맞춰 A형은 쉽게, B형은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

13일 전국 고3 학생 58만여 명이 응시한 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됐다. 올해(2014학년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국어·영어·수학 과목에서 난이도에 따라 A·B형으로 나뉘어 치러진다. A형이 상대적으로 쉽고 B형은 과거 수능 수준이다. 바뀐 형태로 치러지는 올 수능의 출제 경향을 엿볼 수 있는 첫 전국 모의고사였다.

시험을 주관한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국어 A형에는 49%의 수험생이 응시했고 국어 B형은 51%였다. 수학 A·B형의 응시 인원 분포는 각각 62%, 38%로 집계됐다. 영어 A·B형은 각각 15%, 85%였다. 대입전문학원인 종로학원의 김명찬 평가이사와 임희섭(국어)·이동영(수학)·이호열(영어) 강사가 3월 학력평가를 분석했다.

정리=정현진 기자 , 사진=김경록 기자

국어·수학·영어 출제 경향 분석

국어는 지난해 5월 17일 치러졌던 2014학년도 수능 예비평가와 큰 차이는 없었다. A·B형 각각의 문항 구성과 형식, 지문 구성 등에서 출제 경향은 비슷했다. 이번 3월 연합학력평가와 지난해 5·17 예비평가 문제를 함께 보면 A·B형의 출제 경향 차이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A·B형 모두 문법 문항이 2개에서 5개로 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일반적인 독해 문제는 기초적인 국어 능력만 갖추고 있다면 문제에서 답을 추리해낼 수 있지만, 문법 문제는 다르다. 사전에 개념을 정확하게 알아야 하고 해당 문법의 활용에 대해서도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한다. A형의 12번(품사 분류)과 13번(높임 표현)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런 문법 문제는 상위권을 판별하는 중요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난이도를 보면 B형이 A형에 비해 지문의 길이가 길고 내용 면에서 어려웠다. 독서 영역에서 A형은 다소 어려운 예술 관련 지문을 출제하지 않고 기술 관련 지문을 제시했다. 반대로 B형은 기술 영역을 빼고 예술 관련 지문을 출제했다. 인문·사회·과학 관련 지문은 A·B형 공통으로 나왔다. 고전문학도 A형은 비교적 쉬운 ‘최척전’을 제시문으로 활용한 반면 B형에선 한자어가 많은 ‘이춘풍전’을 냈다. B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한자어와 고전시가의 고어 표기 등 고전문학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문학 작품은 교과서 위주 출제 원칙에 충실했다. A형은 문학Ⅰ 교과서의 작품을, B형은 문학Ⅱ 교과서에 등장한 작품을 활용했다. 문학 문제도 A형은 한 작품만 제시문으로 쓴 반면 B형은 두 작품을 제시문으로 활용했다. 종합적인 감상과 시각을 요구해 난이도를 높인 것이다.

 수학은 전체적으론 지난해까지 실시된 수리영역과 큰 차이를 보이진 않았다. 수학 과목은 지난해까지도 수리 가(자연계)와 수리 나(인문계)로 분리해 실시했었다. 쉬운 A형이 수리 나형과 비슷하고 어려운 B형은 수리 가형과 비슷하다. 다만 A·B형 간 공통문항이 줄고 세트형 문항이 나타난 게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해까지는 가·나형 공통문항이 7~8문제였다. A·B형으로 바뀌면서 A·B형 간 공통문항 수가 5문제로 줄었다. 공통문항은 인문계와 자연계 학생이 모두 배우는 수학Ⅰ 교과에서 출제된다. 공통문항이 준다는 것은 자연계열 학생들이 응시하는 수학 B형에서 인문계열 학생들도 풀 수 있는 쉬운 문제가 그만큼 준다는 것을 뜻한다. A형의 난도를 낮추기보단 상대적으로 B형의 난도를 더 높였다는 얘기다. B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고난도 문항에 각별히 더 신경 써 대비해야 한다. 고난도 문항을 풀 땐 풀이 과정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식의 정확한 서술에 초점을 둬 반복해 풀어봐야 한다. 다양한 방식의 응용에 대비하기 위해선 답만 맞혔다고 좋아할 게 아니라 정확한 풀이 과정을 확인해야 한다.

 세트형 문항은 A·B형 수능에서 새롭게 등장한 유형이다. A형의 10·11번 문항과 B형 13·14번 문항이 하나의 그래프를 주고 2문제를 제시한 세트형 문제다. A형은 직선의 기울기와 수열의 극한에 대해 물었다. B형은 직선의 기울기와 속도, 미분에 대해 질문했다. 세트형 문제의 기본 취지는 단원 간 통합적 사고력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 문제를 풀 때 한 문제에서 서로 다른 단원의 개념이 어떻게 적용되고 활용됐는지 살펴봐야 한다. 단원 간 통합문제로 충분히 연습하고 한 단원씩 개념을 정리할 때 연관되는 단원의 중요 개념도 함께 공부한다.

 영어의 듣기·말하기 영역은 A·B형 모두 지난 수능보다 5문제 늘어난 22문제가 출제됐다. 이 영역의 배점도 100점 만점에서 A형은 48점, B형은 47점으로 상승했다(2013학년도 수능에선 33점). 출제 경향은 지난해 5·17 예비평가와 동일했다. A·B형 모두 한 담화문에 2문제가 출제되는 세트형 문항이 출제됐고 그림과 내용의 일치, 응답 고르기 등 비교적 쉬운 난이도를 보였다. 22문항 중 10문제가 A·B형 공통문항이었는데, 이 중 2문제는 A·B형 사이에 배점 차를 둬 유형 간 난이도를 조절하려 했다. A형의 5, 16번 문제는 A형에선 3점이었지만 동일한 문제가 B형에선 2점이었다. 읽기에 비해 쉬운 듣기·말하기에서 A형의 총 배점을 늘림으로써 A·B형 간 난이도를 조절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의 난이도 차이는 읽기 영역에서 두드러졌다. A형의 읽기 문항은 학생들에게 쉽게 여겨지는 대표적인 유형인 목적 파악, 심경 추론, 내용 일치, 무관한 문장 찾기였다. 고난도 문제인 빈칸 추론 문제는 3문항으로 줄었다. 지난해 수능에선 빈칸 추론 문제가 6문제였다. A형은 어법문제도 2문제에서 1문제로 줄었다. 편지글·안내문과 같은 실용문이 지문으로 활용됐으며 어휘가 쉽고 문장 구조가 단순했다.

 반면 B형은 쉬운 유형을 줄이고 고난도 빈칸 추론 문제는 지난해 수능처럼 6문제를 유지했다. 문장 구조가 복잡한 지문이 사용됐다. 지문별 어휘 수도 130~150단어로, A형에 비해 평균 20단어 많았다.

2014학년도 대학 입시와 A·B형 선택 전략

2014학년도 대학별 입학전형 계획안을 보면 인문계열은 고려대·연세대 등 전국 52개 대학이 국어B·수학A·영어B형을 지정 반영한다. 자연계열은 고려대·서울대·연세대 등 46개 대학이 국어A·수학B·영어B형 성적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과 수도권 주요 대학, 지방 국공립대가 모두 이렇다. 예외적으로 지방 국공립대 중 전북대·제주대·창원대·충북대는 인문·자연계열 구분 없이 국어·수학 과목에서 A·B형을 모두 받아준다.

 교육대는 다르다. 대부분 교육대에서 국어·수학·영어 모두 A·B형 응시가 가능하다. 다만 서울교대·부산교대·진주교대만 영어에서 B형을 지정해 반영한다. 공주교대는 A·B형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B형이 2과목 이상이어야 응시할 수 있다. 공주교대·대구교대·전주교대·청주교대는 B형에 가산점을 주지 않는 반면 경인교대·광주교대는 5%, 춘천교대는 20%의 가산점을 준다. 교육대는 국어·수학은 B형에 가산점을 주지 않거나 가산점을 주더라도 10% 이하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교육대 지원자의 경우 국어·수학은 쉬운 A형을 선택하는 게 유리해 보인다.

 서울 소재 대학과 수도권 주요 대학, 지방 국공립대를 제외한 대학들은 대부분 A·B형을 동시에 받아주면서 B형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형식이 많다. 수능성적이 중하위권 학생들이 이들 대학에 지원할 텐데, A·B형 사이의 유·불리를 따져 A·B형을 선택해야 한다.

 입시전문가들은 A형 응시자가 지금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A·B형의 유·불리를 정확하게 판단하긴 어렵다. 6월 모의평가의 응시 인원을 점검해봐야 한다. 6월 모의평가 성적이 나오면 A형으로 전환했을 때 성적 상승폭을 예측해보고 2등급 이상의 상승이 가능하다면 A형으로 돌아서는 것이 좋다. 이때 목표 대학을 정해 B형 가산점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A형으로 바꾸는 효과가 B형 가산점보다 유리한지 점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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