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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아랍」외교의 고민|북괴에 농락 당한 불문일간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집트>
『「이스라엘」의 「아시아」침투에 발판이 된 한국』. 『「이스라엘」을 대변하는 한국의 신문들』-. 이는 지난 가을 어느 날 「이집트」에서 발간되는 「르·주르날·이집트」란 불어일간지에 실린 「톱」기사의 제목이다. 이는 차라리 기사라기보다는 이 신문사의 사장 이름으로 된 사설이었는데 1면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사설은 사실치고는 너무나 길고 또 이례적으로 1면「톱」으로 실린 데다가 처음부터 야비한 욕설과 흥분된 어조로 한국을 공격하는 기사여서 독자들을 아연 긴장시켰다. 심지어는 한국과 「이스라엘」이 군사동맹체결을 추진 중에 있다고까지 흥분했다. 나중에야 이는 북괴측의 농간이라는 것이 드러났지만 한국으로서는 「아랍」제국에서 상당히 곤경에 처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북괴측은 최근 수년간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는 이 신문을 매수해서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의 입장을 터무니없이 중상모략, 「아랍」제국과 한국을 이간시키는데 혈안이 되어 온 것이다.
「아랍」민족은 흥분하기 쉽고 감상적인 민족이다. 북괴는 「아랍」인들의 감정을 가장 흥분시키는 「팔레스타인」문제를 건드려 심지어는 한국이 「팔레스타인」문제에 있어서 「이스라엘」을 돕기 위해 용병을 보내고 있다고 까지 허위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북괴의 이 같은 일방적인 공세 앞에 거의 속수무책인 우리의 대 「아랍」권 외교의 고민은 근본적으로 우리의 대 「이스라엘」 관계에 어떤 변화가 오지 않는 한 벗어날 길이 없으리라는 게 공통된 관측이다. 최근 「유엔」에서의 지지표 획득을 위해 중동 5개국을 방문한 이동원 외무장관의 설득이 어느 정도 실효는 거뒀지만 우리는 우선 수적으로 열세에 몰려있다. 근본적으로 우리의 대「아랍」권 외교를 재검토·분석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①「할슈타인」원칙의 재검토, 북괴의 독무대 견제 ②상주공관의 증설 ③대 「이스라엘」관계의 재검토 ④통상 및 문화교류 촉진 ⑤박력 있는 외교관의 보강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앞날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최근에 중동을 친선 방문한 이동원 외무장관의 설득은 「아랍」권의 쌓인 감정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리는 작용을 함으로써 다소효과를 낸 것 같다. 또 근래에 「카이로」영사관은 「아랍」제국에 능동적이고도 적극적인 접촉을 벌여 우리영사관은 개설 이후 최초로 총영사의 승용차에는 물론 공관장 관저에도 태극기를 게양할 수 있게 되었다. 단 3명의 외교관으로 분투하는 우리 영사관으로서는 근래에 보기 드문 외교성과 이긴 하나 정부는 한시라도 방심해서는 안될 입장에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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