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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립국 외교의 재검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1일 정부에서는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개설하고 있었던 한국총영사관을 폐쇄하기로 결정하고 그것을 정식으로 「캄보디아」정부에 통고하였다. 이로써 1962년 7월이래 약4년5개월간에 걸쳐 지속되었던 「캄보디아」와의 영사관계는 단절되고 말았다.
그 직접적인 동기라는 것은 새삼 설명할 필요 없이 지난 7일 망명을 요청했던 김귀하 선수를 「캄보디아」당국이 체포하여 반인도적으로 북한공산괴뢰에 인도한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캄보디아」정부의 비인도적, 비우호적, 그리고 국제법상의 관례를 무시한 처사에 대한 응분의 조치로서 단행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의 조치는 「캄보디아」정부의 지나친 비우호적 태도와 그 나라가 지향하는 용공성에 비추어 어쩔 수 없는 조치였음을 일단 긍정할 수는 있으나 우리는 그것이 파생하는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로 「프놈펜」에 있는 총영사관을 폐쇄한 것은 김선수의 망명문제를 둘러싼 보복 또는 항의조치로서 취해졌다. 그러나 과연 그런 효과를 거둘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총영사관을 폐쇄함으로써 우리 태도가 어떻다는 것을 단호하게 알릴 수 있는 계기는 될지 모른다. 그러나 그로써 「캄보디아」에 실제적인 곤란이나 불리함을 주기는 어렵고 더욱이 「캄보디아」가 반성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둘째로 총영사관의 폐쇄는 일찍이 군사혁명이래 정부가내세운 적극적인 대중립국외교의 권위를 떨어뜨렸다. 또 그의 실효를 거두지 못했음을 입증하게 되었다고 하여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렇게까지 되기에는 「캄보디아」의 부당한 처사에 그 전적인 책임이 있다. 그러나 북괴와 경합해서 우리공관을 설치한 것은 북괴의 침투를 막고 우리정부와의 관계자선을 확대하는데 있다.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했다는 것은 정부가 내세웠던 적극적인 대중립외교를 무색케 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셋째로 영사관 폐쇄로 「캄보디아」에 대한 우리정부태도는 명백해졌다하더라도 일본측이 취한 태도를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가 남는다. 김 선수가 납북된 데는 그곳에 있는 일본대사관의 교활한 술책과 무성의를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차제에 일본측의 부당한 처사도 아울러 규탄되어야 할 것이다. 「캄보디아」에 대한 조치로서 일본의 책임이 소외된 듯한 느낌을 주어서는 안될 것이다.
넷째로 「캄보디아」에 있는 총영사관을 철수한 것은 우리·외교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과거 대사급을 교환했던 「브라자빌·콩고」와 「모리타니아」가 북괴와 외교관계를 가짐으로써 단교한 예는 있어도 영사관을 폐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직도 북괴와 경합하고 있는 영사관이 있다. 즉「뉴델리」·「카이로」·「랭군」·「자카르타」에 있는 총영사관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의 경우가 「캄보디아」의 경우와는 다르지만 언제 그런 사건이 연출될지 예측하기 힘들다. 따라서 이 기회에 전반적인 대중립외교의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원내 대중립국외교는 명분상으로나 제도상으로나 그리고 법 이론상으로 매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나 이것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할 소이는 어디까지나 북괴의 침투를 봉쇄하고 우리 나라와의 관계를 개선하는데 그 커다란 목적이 있다. 따라서 이번의 경험을 살려 진정 그 목적을 달성하기에 가일층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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