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동남아의 재주꾼 「캄보디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나라살림에 필요한 돈벌이」를 위해 국가원수가 직접 「로케」현장서 「메가폰」을 잡고 천연색 극영화를 만들어내는 나라가 바로 김귀하 선수의 망명시도로 온 한국민의 시선을 받은 「캄보디아」다.

<「극상으로 발달 줄타기 외교」>
「스포츠」라면 만능선수인 국가원수 「시아누크」는 연출뿐 아니라 작가·작곡에서 웅변에 이르기까지 취미도 다채롭다. 서방측 특히 미국신문들의 표현을 빌자면 「캄보디아」가 걷고있는 「줄타기 외교」는 극상으로 발달된 「시아누크」의 운동신경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아닌게아니라 「시아누크」는 「인도차이나」반도서 맞부딪친 미국과 중공의 틈바구니에서 「고래싸움에 등터진 새우」의 꼴이 되지 않으려고 중립주의란 이름의 「줄타기 외교」로 가능한 모든 정치곡예에 정열을 쏟고있다.

<공산화가 되느냐 위성국이>
『지난 10년 동안 미국신문들은 중립정책을 위험한 줄타기 외교라 풍자하고있지만 미국의 위성국이 되느냐, 공산화하느냐, 또는 중립주의라는 가느다란 줄 위를 걷느냐가 「캄보디아」의 운명이라면 나는 가능한 한 줄타기를 계속하겠다』- 이 말은 「시아누크」가 스스로 현실적인 측면에서 자신의 중립외교를 풀이하는 말. 약관 44세로 정력과 박력의 덩어리 같은 「시아누크」는 국민들로부터 지지와 존경을 받는다는 점에서 일단 지도자로서 성공했달까….

<63년11월에는 미 원조를 거부>
「캄보디아」가 미국 같은 나라에는 「동남아의 문제아」로 통하는 것은 「인도차이나」반도를 둘러싼 음란한 풍운의 산물이다. 61년 「아일랜드」, 그리고 63년 월남과 단교한 「캄보디아」는 63년11월 미국원조를 거부하면서 대미단교를 선언했다.

<전미대사 관저엔 북괴대사…>
미국대사관으로 쓰이던 「스로크·트란」가의 5층「빌딩」은 상점과 「볼페르」중학으로 바뀌고 미 대사관저에는 지금 북괴대사가 살고있다.
이러한 격변은 오늘의 김귀하 망명 같은 사건의 처리방법에 대한 「캄보디아」의 태도를 예고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시아누크 왕세자 북평에 인질유학>
왕세자 「나라더포」를 북평에 유학시키고 있는 「시아누크」는 최근 점점 북평 향으로 기울어져 지난해 가을 중공과 북괴를 방문했다. 「인도네시아」를 친공서 놓친 중공은 「시아누크」에게 「수카르노」의 대역을 맡기고 있는 셈이다.
근본적으로 군주제의 옹호자라는 점에서 「캄보디아」의 친 중공경향의 한계와 대미화해의 가능성이 지적되기도 하지만 김귀하를 북괴에 넘긴 걸로 보면 이 나라의 중립은 「왼편」으로 기울고 있음이 분명하다. <김영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