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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두」와 「새 사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이 세상에는 별명이 많다. 그 중에서도 「석두」란 별명은 「돌대가리」의 뜻으로 널러 보급되어있다. 머리가 빨리 돌아가지 않는 사람을 가리켜 「형광등」이라고도 한다. 전기현상에 비유해서 소위 「절환」을 재빨리 하지 못하는 두뇌를 일러 「스타인·코프」라고. 둔한 두뇌는 새로운 사태에 적응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
「유엔」정위에서 한국 우선 초청안이 가결되었다. 공산 및 좌경중립국 측의 「무조건 남북한 동시 초청안」을 부결시키고 승리를 거둔 것이다. 그러나 이 승리에는 사태변동에 대비해서 「북괴의 조건부 초청」항목을 삽입했기 때문이라 전한다. 만약 65년 이전의 단독 초청안을 그대로 고집했더라면 표차는 어떻게 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식티븐슨」안 이래 이번에 「한국 우선 초청, 북괴의 조건부초청」으로 굳어진 오늘, 「유엔」을 감도는 「새로운 사조」 앞에 우리는 약간의 「양보」를 해야했던 현실을 직시해야한다. 문제는 우리가 「새 사상」에 적응하지 못 할 정도의 「석두」가 아니었기 때문에 「무조건 동시초청」을 우선 좌절시킬 수 있었다고 하겠다.
「새로운 사조」는 문전에 다가왔다. 「얄타」체제라고도 하고 「양극화정치」라고도 부르는 「냉전」「무드」의 해토가 서서히 시작된 것이 아닐까. 「드골」에 뒤이어 서독이 동구제국과의 수교를 종용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외교관과 그 가족의 활동지침규정」을 제정해서 한국공관에서 「파티」를 여는 경우 공산권(적성국 제외) 외교관을 주재국 관례에 따라 강해도 좋다는 등의 초안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서독간호원으로 갔던 우리나라 아가씨가 「유고」청년과 약혼을 했다고 전하고 당국은 이를 부인하리라 전한다. 「사랑의 해동 같은 것인가? 「새로운 사조」가 확실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유엔」에서는 미·소 간의 협상을 지칭하고 「유럽」에서는 대미일변도를 지양하고 대동구외교의 시도로 나타나기도 한다.
해토하는 환절기에는 건강에 유의해야한다. 사람 얼어죽는 것은 한겨울이 아니라 해토하는 초춘이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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