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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권력' 논쟁 2라운드로 접어들 전망

중앙일보

입력

'문학권력' 논쟁이 제 2라운드로 접어들 전망이다.

문학권력 비판 진영이 이른바 '주례사(主禮辭) 비평'을 비판하기 위해 최근 모임을 결성, 특정 작가와 작품 및 이들 작품에 대한 평론가들의 비평을 점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주례사 비평이란 비평가적 양심보다 출판사.학연 등 특정한 이해관계에 얽혀 마치 결혼식 주례를 하듯 한 작품과 작가에 대해 좋은 얘기만 해주는 비평 행위를 뜻한다.


일부 평론가나 문학 집단 혹은 출판사가 상업적 이해관계 등에 따라 부적절한 권위를 행사한다는 내용의 문학권력 비판은 그동안 제도적인 부분에 치중해 상대 진영으로부터 "실제 작품의 좋고 나쁨을 가리는 텍스트 분석은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었다.

이번 작업에 참가하는 사람은 문학평론가 권성우.김명인.신철하.노혜경.하상일.홍기돈.고명철.이명원.김진석.김정란.진중권씨 등 11명. 이들은 지난 12일 첫 모임을 가진데 이어 3월말까지 원고 작성을 마무리 한 뒤 서로가 원고를 돌려보며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공동 저작물인 『주례사 비평』(가제.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刊) 은 4월 중 출간될 예정이다. 그동안 평론가 개인 차원에서 작품 비평에 대한 비판과 재비판 등은 많이 이뤄졌지만 주례사 비평이란 주제 아래 공동 대응을 하는 일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모임의 간사를 맡은 홍기돈씨는 "이 모임이 또 다른 문학 집단을 형성하는 것은 아니며 이번 주례사 비평 기획이 시의적절하다고 판단해 모인 것일 뿐"이라고 전제한 뒤 "우리 문학의 문제점을 비평의 공정성과 관련해 주목해 보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작업은 특정 작가와 그 작가의 작품을 해석한 평론가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문단에서 센세이셔널한 반향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신경숙.은희경.윤대녕씨 등 스타급 작가들이 "어떻게 작품 수준 이상으로 과잉 칭찬받게 됐는지를 지적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예컨대 유하씨 시에 대한 평론과 시 해설을 많이 쓰는 문학평론가 정과리씨의 평론 등을 조목조목 따져보겠다고 한다.

권성우씨는 "작가의 작품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글을 쓰겠다는 게 기본적인 전제"라며 "그동안 시도한 비판적 글쓰기에 섬세한 텍스트 분석을 결합해 내실을 기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소위 과잉 칭찬 위주의 '주례사 비평'에 평론가들이 뛰어드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까. 김명인씨는 "결국은 상업주의의 문제인데 1990년대 이후 평론가들이 많이 양산되면서 어떤 식으로든 발표 지면을 얻어 이름을 내세우기 위한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권성우씨는 "우리의 궁극적 관심은 이런 주례사 비평에 의해 배제됐던 좋은 작품과 작가에게 제 몫을 찾아주고 작가와 평론가가 자극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들의 작업이 단지 작품 해석을 둘러싼 이견(異見) 을 드러내는 데 그친 채 주례사 비평의 실제 양상과 문제점을 근원적으로 짚어내지 못한다면 또 한 번 문단 소란 행위로 몰매를 맞을 우려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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