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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광기·권위에 일침 '꿈속의 여인'

중앙일보

입력

'꿈속의 여인'은 다중적인 영화다. 역사와 예술의 관계가 녹아 있고, 또 시대와 예술의 함수가 담겨 있다. 기본적으로는 블랙 코미디.

시대의 부조리를 코미디적 상상력으로 웃어넘기는 재기가 돋보인다. 또 대중들에게 가장 친근감 있게 다가설 수 있는 멜로적 요소를 곁들여 부담감도 적은 편이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30년대 후반.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나치 정권의 협조 아래 독일에 영화를 찍으러온 스페인 감독과 배우들을 내세워 스페인.독일 수뇌부의 밀월 관계, 그리고 그 속에서 죽어가는 예술을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심각한 소재를 경쾌하게 끌어가는 감독의 구성력이 수준급이다.

무엇보다 최근 개봉했던 '바닐라 스카이'에서 톰 크루즈의 연인으로 나왔던 페넬로페 크루스가 고혹적 미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바닐라 스카이'에서 딱딱 끊어지는 스페인식 영어 발음으로 폭소를 자아냈던 우스꽝스런 모습과 전혀 다르다. 히틀러의 오른팔이었던 괴벨스 문화선전부 장관마저 단숨에 녹여놓는 '매력 덩어리'로 묘사된다.

'꿈속의 여인'이란 제목에선 짐작할 수 있듯 페넬로페 크루스는 이번 영화의 알파요 오메가다. 그가 맡은 배역은 30년대말 스페인 최고의 여배우인 마카레나. 독일 정권의 협조 아래 스페인 프랑코 정권의 홍보 영화 촬영을 위해 독일에 온 그녀를 둘러싼 남성들의 얘기가 축을 이룬다.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크루스가 그의 오랜 연인이었던 스페인 감독과 그에게 장(臟) 이라도 빼줄 것처럼 달려들었던 괴벨스를 뿌리치고 우연히 엑스트라로 징발됐던 러시아의 출신의 유대인 서커스 단원인 레오를 선택했다는 점.

시대와 상황의 기회를 십분 이용해 출세 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마카레나가 '최악의 대상'이었던 레오를 점찍는 행동을 통해 페르난도 트루에바 감독은 속세의 권위와 시대의 광기를 마음껏 비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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