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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민관 협력해 외국인 근로자 범죄 유혹 차단하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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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이재승 아산경찰서장

한 달 전. 캄보디아에서 온 외국인근로자가 회사 동료인 네팔인 근로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살해되는 일이 있었다. 숙소에서 밤새 술을 마시며 떠드는 피의자에게 피해자가 항의하는 과정에서 생긴 비극이었다. 현장에서 목격한 이들의 생활환경은 매우 비극적이었다. 5평 남짓한 창고 한 켠, 칸막이로 대강 방을 구분하고 간신히 몸만 누울 수 있는 좁은 공간, 조명이 없어 깜깜한 실내는 바깥 햇빛마저 허용하지 않았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취업 자격으로 국내에 체류중인 외국인 근로자가 1월말 현재 약 53만명에 달하고 이중 약 7만여 명이 불법체류자로 분류돼 있다. 외국인근로자는 더 이상 코리아드림을 찾아온 낯선 이방인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지역치안 확보에 있어 더욱 절실하다. 최근 2년간 아산 지역에서 외국인 범죄자가 16.5%나 증가했다. 특히 강·절도나 강간과 같은 폭력범죄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피해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불법체류자들의 암수범죄까지 감안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리라 생각된다. 이러한 범죄들은 지역 사회의 불안감을 야기하고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촉발해 사회적 갈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

아산경찰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해 ‘외국인근로자 강력범죄 예방을 위한 종합치안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경찰의 노력만으로는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명약관화다. 열악한 주거 환경, 동료간 언어적 장벽, 법적 지식의 부족, 인권침해, 여가시간을 술로 보내는 문화 등 그 원인은 다양한 반면 경찰이 보유한 수단은 지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제 시청·소방서·노동청 등 공공기관과 인권단체에 동참을 요청하고 지역 사회에도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하려 한다. 민관이 힘을 합쳐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권 실태를 점검하고 이를 개선함으로써 범죄 유혹에 빠질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는 ‘치안 거버넌스’를 실현하고자 한다. 사업주들이 근로자들의 주거 환경을 다시 한 번 살펴볼 수 있도록 국적이 다른 동료와도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외국인 근로자들이 술에서 벗어나 건전하게 여가를 보낼 수 있도록 우리 지역의 명품치안이 더욱 공고해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이 절실할 때라고 본다.

이재승 아산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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