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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떠나면 고생이라니요 손 쓰면 e편한 여행길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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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매니어 권혁빈(41)씨는 알아 주는 길치다. 그런 그가 지난 4년간 여행가이드는커녕 지도 한 장 없이 홍콩·뉴욕 등 전 세계를 누볐다. “다 스마트폰 앱(App) 덕분이죠.” 권씨가 귀띔했다.

권씨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일명 ‘앱’에 눈을 뜬 건 4년 전 일이다. 서울 관광 앱 ‘i투어서울’을 만들던 그는 해외 도시 사례를 조사하며 외국에선 이미 앱이 여행 필수품으로 통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정말일까. 권씨는 궁금했다. 그래서 길을 나섰다. 오직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서 말이다.

낯선 나라에서 스마트폰은 지도인 동시에 여행책이었고 든든한 교통가이드이자 멘토였다. 눈 감으면 코 베어 간다는 뉴욕에서도 권씨는 맛집 앱(어번스푼) 덕에 바가지 한 번 안 쓰고 허기를 채웠다. 홍콩관광청이 만든 홍콩 골목투어 앱(디스커버 홍콩 시티웍스)은 엉뚱한 길을 헤매던 뚜벅이 여행자를 구해 줬다. 외국 공항에선 글로벌 공항 안내 앱 ‘게이트 구루’가 그를 살렸다. 앱 이용자들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한 출국 심사대별 상황을 확인하지 않았으면 엉망으로 꼬인 줄에 갇혀 하염없이 기다릴 뻔했다. 어머니와 일본 오사카에 갔을 땐 막막한 순간마다 ‘네이버카페’ 앱에 SOS를 쳤다. 카페 회원들이 빠른 댓글로 묘안을 냈다. 이와 같은 좌충우돌 앱 여행담을 담아 권씨는 지난해 『아이폰 트래블 라이프』라는 책까지 냈다.

week&과 만난 지난 2일도 그는 한국관광공사가 만든 역사·문화 유적 오디오가이드 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들고 서울 종묘 나들이를 하던 참이었다. “불이야! 종묘에 불이 났다!” “어서 화재의 원인을 속히 밝혀라!” 스마트폰에서 조선 선조 때 종묘 화재사건을 재연한 오디오가이드가 흘러나왔다.

“여행 앱이라고 어려울 거 있나요? 지도 앱 하나만 잘 써도 지금 내가 어디에 있고 주변에 어떤 명소가 있는지 알 수 있어요. 예전과 달리 목적지가 아니라 바로 나, 여행자 중심의 여행을 하게 된 거죠.”

권씨 같은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는 3000만 명을 헤아린다. 그래서 요즘 앱 마켓을 보면 별의별 앱이 다 있다. 교통편·숙박 예약 앱은 기본이고 가까운 화장실을 찾아주는 앱(서울 토일렛)부터 재래시장(조각보)·캠핑장(와글와글 캠핑스토리) 추천 앱, 고속도로 교통상황을 실시간 폐쇄회로TV(CCTV) 영상으로 보여 주는 앱(고속도로 교통정보)까지 다양하다. 이용자가 실시간으로 ‘서울 근교 떡볶이 맛집 95선’(트래블로맛집)이나 ‘나만의 여행코스’(트립히어)를 공유하는 앱도 나왔다.

아직도 이 충실하고 간편한 여행 도우미를 모르시는 분이 계실까 싶어 week&이 나섰다. 쓰기 편하고 담아 두면 두고두고 유용할 여행 앱을 20개만 엄선했다. 바야흐로, 스마트한 여행시대가 열렸다.

글=나원정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종묘 정전(正殿)의 문은 어째서 꽉 닫히지 않고 살짝 틀어져 있는 것일까요? 이곳에 모셔진 혼령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권혁빈씨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앱의 오디오 가이드를 듣고 있다. 원래 종묘는 정해진 시간에 문화해설사와 동행해 관람하는 게 원칙이지만 매주 토요일은 문화해설 없이 자유관람만 가능하다. 그럴 때 앱을 이용하면 혼자서도 호젓한 역사 탐방을 즐길 수 있다. 왼쪽은 오디오 가이드를 들을 때 나오는 화면. 종묘제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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