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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 영국 글로스터에 보은의 성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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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2일 영국 글로스터 시청에서 이인재 파주시장(가운데)이 데이비드 브라운 글로스터 시장(오른쪽 둘째)에게 파주시민이 모은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파주시]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4월 경기도 파주군 설마리. 파죽지세로 남하하던 중공군을 막아선 부대는 영국군 글로스터 보병연대였다. 이들의 퇴로는 막힌 상태였다. 사흘 간 중공군 3개 사단의 집중포화를 버텨냈다. 대원 620명 가운데 살아남은 이는 67명, 이마저도 대부분 포로로 붙잡혔다. 이들이 시간을 번 덕에 국군과 유엔군은 서울에서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었다.

 설마리의 전장엔 현재 전적비가 서있다. 포클랜드 전쟁(258명 전사) 때보다 더 많은 피를 흘린 이곳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찰스 왕세자,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빈, 닉 클레그 부총리 등이 참배했다. 생존한 노병들은 76년부터 매년 파주를 찾아 지역 고교생들에게 총 1억4000여 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해 왔다.

 글로스터 연대의 근거지인 영국 남서부 글로스터시에 6·25박물관이 들어선다. 부대 출신 기업인 등을 중심으로 45억원을 모아 조만간 첫 삽을 뜰 예정이다.

여기에 파주시도 힘을 보탰다. 이인재 시장은 12일 글로스터시를 찾아 그동안 모은 박물관 건립기금을 전달했다. 파주시는 ‘박물관 건립 지원위원회’를 구성해 1억5600만원의 성금을 모았다. 이 시장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영국이 먼저 나선 데 대해 참으로 부끄럽다”며 “나라를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구해 준 이들에게 보답하려 모금 했다”고 했다. 데이비드 브라운 글로스터 시장은 파주 시민에게 감사 하다며 “두 도시의 역사적 인연이 교육·문화·경제 분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박물관은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무대인 글로스터 성당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세워진다. 다양한 교재로 전쟁의 참상과 한국의 발전상을 보여주고, 한국 관련 기념품과 한식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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