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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만 바라보다 … 코레일 자금줄까지 막힐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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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2005년 공사 전환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디폴트(채무불이행) 때문이다. 용산사업이 결국 파산 절차를 밟게 된다면 코레일은 수조원대의 손실을 보고 부실화의 늪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코레일은 정부가 지분의 100%를 소유한 공기업이다. 코레일의 부실은 곧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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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레일은 14일 정창영 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경영위원회를 구성하고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철도 운행과 직접 관련 없는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한 뒤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는 구조조정을 하고, 신규사업 추진은 최대한 억제한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면서 정 사장은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사업 정상화 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용산사업과는 별개로 본연의 업무인 열차의 안전 운행과 대국민 철도 서비스는 차질 없이 제공하겠다”고도 했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코레일이 용산사업의 땅값으로 받은 돈(2조7000억원)을 반납하고 장부상으로 잡아 놓은 토지처분이익(5조5000억원)을 없던 것으로 처리한다면 자본금을 거의 다 까먹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코레일은 철도역사와 부지에 대한 전면적인 자산재평가로 2조8000억원 정도의 자본금을 늘릴 수 있다고 국토부에 보고했다. 국토부는 코레일의 돈줄이 막혀 철도 운행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회사채 발행 한도를 높여 주겠다는 계획이다.

 구본환 국토부 철도정책관은 “코레일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현재 자본금의 두 배에서 다른 공기업과 비슷한 수준인 네 배 이상으로 높이는 내용으로 철도공사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대신 코레일의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이 전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레일이 자산재평가 등으로 약 3조원의 자본금을 확보한다고 보면 12조원 정도의 회사채 발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사채 한도 상향은 국회의 법안 심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야당 의원들은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을 비롯한 역대 경영진에 대한 책임 추궁을 벼르고 있다. 코레일의 부채는 2011년 기준으로 13조4500억원이다. 이 중 회사채 발행 금액은 7조원에 달한다. 회사채 발행 한도를 높이는 법안의 국회 통과가 늦어진다면 코레일은 회사채의 추가 발행은 물론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갚기 위한 차환 발행도 어려워져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

 게다가 2005년 1월 철도청에서 공사로 전환한 이후 8년 동안 철도영업에선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으며, 8년간 철도영업 부문의 누적적자는 1조300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 국토부의 분석이다. 열차를 운행하면 할수록 코레일이 돈을 벌기는커녕 오히려 밑지는 구조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코레일이 희망하는 철도 요금 인상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구 정책관은 “현재 고속버스나 다른 교통수단에 비하면 철도 요금은 상당히 비싼 편”이라며 “철도 요금을 더 올리면 고객들의 이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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