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에 이어 지방 공기업도 공무원들의 ‘노후 보장 수단’이란 사실이 새삼 드러났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16개 광역 지자체 산하 46개 공사·공단 임원 가운데 공무원 출신이 55.6%였다. 공사 사장과 공단 이사장만 따지면 무려 61%나 됐다. 대구시가 가장 심해 공기업 임원 10명 중 8명이 공무원 출신이었고, 대전과 부산시도 10명 중 7명꼴이었다.
공무원 출신이 많다는 게 문제라는 건 아니다. 설령 공무원이라고 해도 정당한 경쟁을 통해 능력 있는 사람이 선임됐다면 뭐가 문제겠는가. 우리가 지적하는 건 그렇게 운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선임 절차가 대단히 불공정하며, 그 이면에 숨어 있는 공무원들의 ‘끼리끼리’ 의식과 특권 의식이 문제다. 이미 공무원 사회에선 공기업은 자신들이 퇴직 후 갈 자리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2급 공무원은 사장, 3~4급은 임원이라는 등식이 그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공채 형식을 갖춰도 실제 운용은 불공정하게 진행된다.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해 낭비되는 국민 세금이다. 선배 공무원이 임원으로 가 있으니 후배 공무원이 제대로 감시하기 어렵다. 또 공무원 도움을 받아 임원이 됐으니 지자체가 요구하는 건 다 들어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방 공기업이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사업을 마구 벌이는 이유다. 지방 공기업이 엄청난 부실에 허덕이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 때문이다. 한 민간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지방 공기업 가운데 10곳 중 4곳은 수익으로 빌린 돈의 이자도 못 낼 정도다. 최근 8년간 누적 순손실이 무려 3조원이다. 부채는 68조원으로 지방예산의 절반이나 된다. 이런 공기업이 만일 파산하면 지자체가 다 물어줘야 한다. 물론 그 돈은 국민 세금이다.
더 이상 이런 행태가 방치돼선 안 된다. 공무원만 행복한 사회가 ‘국민행복 시대’가 아니지 않은가.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무분별한 낙하산 인사와 터무니없는 전관예우는 더 이상 용인돼선 안 된다. 선임 절차도 고쳐야 하고, 공무원들의 ‘끼리끼리’ 의식도 확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