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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개정안의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선거관계법 개정안은 여·야 협상으로 단일안을 마련, 그 조문 정리까지 끝내 국회본회의에서 심의될 단계에 이르렀는데 두가지 문제점에 관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즉 그 하나는 중앙선관위부을 제외한 각급선관위원 가운데 정당 추천 선관위원은 임기(5년)전이라도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도록 하자는 개정 초안이 헌법에 위반되는 것인가 하는 문제요, 또 하나는 국회의원선거법의 전국구 의석 44석의 배분 방법을 개정하자는 주장이 주로 원내 양당의 당리당략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하는 문제이다. 이 두가지 문제는 그 성질로 보아 결코 가볍게 다루어질 문제가 아닌데 이에 대한 우리의 의견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중앙선관위원을 제외한 각급 선거관리위원 가운데 정당 추천 선거관리위원을 임기전이라도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 위헌인가 하는데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이론이 나올 수 있다. 헌법 제107조 ③항의 위원이라는 것이 중앙선관위원만 가리키는 것이고 동조 제⑦항이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직, 직무 범위, 기타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하게 되어있으니 중앙선위 아닌 각급 선관위원회 정당 추천 선관위원은 임기전에 바꾸어치우는 법개정을 하더라도 이는 위원이 아니다라는 논이 성립될 수 있다. 그렇지만 헌법 제107조 ③항의 위원이 이 중앙선관위원 뿐만 아니라 각급 선관위원을 포함하는 것이요, 동조 제⑦항이 각급 선관위의 조직, 직무 범위, 기타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하여 이를 법률사항으로 위임했다하지만 임기에 관한 것까지 위임한 것이 아니라고 하면 상기한 개정안은 위헌이란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선관위원의 임기전 교체가 위헌인가 아닌가의 여부는 정부의 유권적 해석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만 정치적으로 보아 위와 같은 법개정 주장은 그 동기나 목적에 있어서 불순하다는 인상을 금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준법을 어떻게 해석하든 간에 선관위원의 임기는 되도록 채워주도록 하라는 것이 현행법의 취지인데 이를 무리로 뜯어고치려는 것은 민중당이 원내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기화로 집권당과 야합하여 각급 선관위에서 원외 야당의 이익 대변자를 모두 거세해버리려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짙게 하기 때문이다.
둘째로 전국구 의석 배분 문제인데 지금 원내 양당은 전국구 의석을 지역구 의석 10석 이상의 정당에만 배분하되 10석 이상의 제1,2당에는 현행대로 22석, 14석을 배분하고 제3당이 지역구의석 10석 이상을 차지할 때는 나머지 8석을 모두 제3당에 주자는 데는 의견일치를 보았으나 제3당이 10석 이상을 차지하지 못한 때는 남은 의석을 공석으로 두든지 혹은 제1,2당에 유리하게 배분하자는 양론으로 갈려져있는 모양이다.
상기 양론은 그 어느 것을 막론하고 전국구의석을 지금의 원내 양당에만 유리하도록 배분하자는 저의를 드러낸 것인데 우리는 이와 같은 움직임 속에 원내 양당의 당리당략상의 야합을 간취하게 되는 것을 유감천만으로 생각한다. 도시 비례대표제란 소선거구·지역대표·비교다수·단일당선제가 자아내는 소수당의 부당한 손실을 커버하면서 정당 제도에 박차들 가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인데 군소 정당 난립 억제를 구실 삼아 소수당이 얻는 표를 되도록 사표화 하고자 한다고 하면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의의 그 자체가 없어지고 마는 것이니 원내 양당에 의한 전국구배분 개정의 방향은 필대로 그릇된 것이다.
총체적으로 말해 상기 두가지 개정안은 공화·민중 양당이 지금 원내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기화로 하여 원외 야당의 진출을 막겠다는 공작으로 보이는 것이니 국회는 국민의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도 법개정에 좀더 공정한 태도를 보이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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