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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에세이'수준의 서평 업그레이드 어떻게…

중앙일보

입력

"미국작가 오스틴 오말리는 '서평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출판사가 개최한 서커스의 호객꾼들이다'고 비아냥거린 바 있다. 지나친 감이 없지 않으나 한국 신문 북섹션들의 '주례사 비평'에 대한 경구(警句) 로는 제격이다.

" 출판 기사에서 왜 비판적 서평은 찾아볼 수 없느냐는 독설이다. 움찔할 수밖에 없다. 얼마전 기자가 '데스크 쪽지'를 통해 귀띔해드렸던 한국언론재단 간행 『보도비평-한국의 북리뷰, 무엇이 문제인??표정훈 등 7명 집필,1만5천원) 에 나오는 글들의 상당수 대목이 그렇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지적은 이밖에도 적지 않다. 양질의 서평을 가로막는 전문성을 가진 서평집단의 부재, 우스꽝스러운 먼저 쓰기 속보 경쟁 등…. 무엇보다 각 신문끼리 엇비슷한 붕어빵 지면도 보기 흉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서를 뒤적이는 기분은 과히 나쁘지 않다. 연구서 자체가 일간지의 정규 메뉴로 자리잡은 북섹션의 존재를 확인시켜주기 때문이다.

재단의 22권 간행물 중 특정 지면과 관련한 연구서는 『의학 건강보도에 관한 연구』 등 불과 몇종에 지나지 않는다. 어쨌거나 책 관련 정보는 이제 일간지를 넘어 공중파에까지 확산일로다.

지난해 시작한 KBS-1TV 'TV, 책을 말하다'(목요일 오후 10시) , EBS '책과 함께 하는 세상'(금요일 오후 8시30분) 에 이어 MBC-TV '행복한 책읽기'(화요일 오후 12시30분) 가 가세했다. 여기에 등장한 다크호스가 10대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MBC-TV의 '!느낌표'(토요일 오후 8시30분) 다.

불과 1년 전에 비해 상전벽해(桑田碧海) 가 따로 없는 이런 변화는 일부 비관적 예측을 훌쩍 뛰어넘는다. 연구서에도 인용돼 있는 대로 기자의 경우 1년전 이 지면을 통해 시장의 수요와 상관없이 형성된 북섹션 제작 이상(異常) 붐이 외부환경 변화로 어느날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음을 우려했다.

물론 각 지면들의 창조적인 각개약진을 위한 발언이었지만 그런 건 이제 턱없는 기우(杞憂) 가 아닌가 싶다.

사실 북섹션은 지난해 3045세대(30세 이상 45세 미만의 연령층) 가 독서시장 주력부대로 등장하게 한 공신이라는 걸 누구도 인정한다. 자,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요약하자면 '형성기를 넘어 정착기'로 정리된다.

『한국의 북리뷰, 무엇이 문제인?뺐?나온 것도 그런 맥락일 것으로 기자는 이해하고 있다. 서평에서 먼 '북 에세이'를 맴도는 기사의 수준을 제대로 업그레이드할 필요성도 그 때문이다.

하긴 국내 서평지면의 한 모델인 뉴욕 타임스 북리뷰 역시 여러 차례의 방향수정을 거쳐왔다. 특히 1950년대 뉴욕 타임스가 한차례 앓았던 홍역을 현재 국내 북섹션들이 거치고 있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당시 뉴욕 타임스 서평 지면은 비평적 관점이 부족한 서커스 지면이라는 호된 지적 속에 비로소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따라서 목표는 너무도 분명하다. 해석된 정보, 숙성한 리뷰를 통해 '책의 근수'를 달아주는 작업, 진정한 여과 기능의 확보가 그것이다.

인터넷에서 영상까지 가세한 다매체.다채널 시대에 매체별 특성에 맞는 제작 문법의 개발도 중요하다.

이를 위한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이란 과제 역시 각 매체의 선택에 달려 있다. 마침 주5일제 근무 시행과 주말판 발행이 거론되는 시점이다. 그렇다면 북섹션과 책 관련 프로그램은 이제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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