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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교양] '온유로서의 질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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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유로서의 질병/수전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이후, 1만5천원

그 자신이 암을 이겨낸 환자였던 미국의 작가 수전 손택(70)은 1978년에 펴낸 이 책에서, "질병은 사회가 타락했다거나 부당하다는 사실을 고발해 주는 좋은 은유"라고 말했다.

손택은 서구 문학사에서 결핵과 암이 모두 정념 또는 방종의 질병으로 여겨져 왔음을 실증적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두 질병에 걸린 환자들은 격정적이면서도 억압된 사람으로 낙인 찍혀 공동체에서 고립됐다. 암은 내면의 야만성을 지닌 적을 은유하는 정치적 단어로도 쓰였다.

손택은 88년에 에이즈(후천성 면역 결핍증)로 죽어 가는 친구들을 지켜보며 그 후속 편으로 '에이즈와 그 은유'를 써 합본했다.

20세기 들어 악과 동일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신종 질병, 에이즈가 나타나 결핵과 암이 은유하던 역병의 대명사 자리를 물려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66년에 내놓아 주목받았던 책 '해석에 반대한다'의 논지를 이어 말한다. "질병은 치료해야 할 그 무엇일 뿐,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공포가 아니므로, 그런 은유로 사회적.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는 '해석에 반대한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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