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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에 … 때 아닌 배당주 펀드 돌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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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바야흐로 고배당주 전성시대다. 고배당주 주가가 오르며 배당주 펀드가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의 ‘KB배당포커스’ 펀드는 올 들어 지난 7일까지 두 달 남짓한 사이 6.8% 수익을 냈다. ‘신영밸류고배당’은 5.7%였다. 이 기간 전체 배당주 펀드 평균 수익률은 2.5%로 코스피 지수 상승률인 0.4%를 크게 웃돌았다.

 사실 연초는 배당주 철이 아니다. 배당주는 대체로 찬바람이 오는 초가을에 랠리가 시작된다. 12월 31일에 주식을 갖고 있어야 배당을 받을 수 있기에 가을이 되면 고배당주를 찾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며 슬금슬금 주가가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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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제철이 아닌데도 배당주가 오르는 것은 저금리가 만들어 낸 신풍속도다. 신영자산운용의 박인희 주식운용2팀장은 “금리가 너무 낮아 자금을 주로 채권에 운용하던 기관투자가가 배당주 펀드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AA- 등급 회사채 금리는 연 3% 선. 하지만 주식 시장엔 배당수익률이 4% 넘는 종목이 수두룩하다. 그래서 회사채 투자에 만족하지 못한 기관이 배당주 펀드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흘러든 자금은 배당주를 사들여 주가를 올렸고, 배당주 펀드 수익률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붐이 일고 있는 ‘인컴 펀드’ 또한 배당주 주가를 올리는 데 기여했다. 인컴 펀드란 배당주나 정기적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처럼 가격 상승 이외의 수익이 발생하는 곳에 투자하는 펀드다. 이런 인컴 펀드에 돈이 몰리면서 배당주 수요가 늘어 주가가 올랐다는 설명이다.

 배당주 펀드는 절세 효과도 있다. 배당 수익에서 수수료를 빼고 과세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A 배당주 펀드에 연 4% 배당수익이 생겼는데 이 펀드의 수수료가 연 1.5%라면, 4%에서 1.5%를 뺀 2.5%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식이다.

 박인희 팀장은 “앞으로 상당 기간 저금리가 지속될 것이어서 배당주 펀드에 기관 자금이 계속 흘러들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배당주 펀드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소리다.

 유진투자증권은 하루 앞선 지난 11일 아예 “에너지 관련 배당주에 직접 투자하라”는 보고서를 냈다. 추천 주식은 지역난방공사·부산가스·예스코·인천도시가스 등이다. 하나같이 배당수익률이 4%를 넘는 에너지 사업자들이다.

 여러 고배당주 중에 이들을 추천한 이유는 소비가 꾸준해 주식 시장이 하락할 때도 주가가 잘 떨어지지 않는 ‘방어주’라는 점이었다. 다시 말해 주가 하락 위험은 작으면서 배당 수익은 누릴 수 있는 종목인 셈이다. 유진투자증권 주익찬 연구원은 “추천 종목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적정 이윤을 보장하는 수준에서 에너지 요금을 정하기 때문에 앞으로 이익이나 배당이 줄어들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KT와 SK텔레콤 같은 통신주 또한 고배당주에 속한다. 하지만 통신사업자는 경쟁이 격해질 경우 마케팅 비용이 크게 늘어 배당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하지 않았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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