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훈장 받은 한국전 군종 카폰 신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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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카폰

한국전 포로로 북한에서 숨진 미군 군종신부가 미국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을 받는다.

 미 백악관은 11일(현지시간)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제1기병단 제8기병연대 3대대 소속의 군종신부 에밀 카폰(1916~51) 대위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키로 했다고 밝혔다.

 카폰 신부는 1950년 11월 함경남도 원산에서 소속 부대가 중공군에 포위됐을 때 탈출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부상병을 돌보다가 전쟁포로로 붙잡혔다. 그는 교전 중 부상당한 중공군 장교에게 다가가 미군에 투항하라고 설득하는 등 전쟁터의 적군도 돌봤다. 평안북도 전쟁포로수용소에 수감된 후에도 부상병들을 돌보다 세균에 감염돼 51년 35세 나이에 이국 땅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선행은 전쟁이 끝난 뒤 풀려난 미군 포로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세상에 알려졌다. 카폰 신부의 삶은 1954년 책으로 발간됐다. 당시 신학생이던 정진석 추기경은 『종군신부 카폰』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본을 냈다. 로마 교황청은 그를 성인으로 추대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백악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관하는 훈장 추서식이 4월 11일 조카 레이 카폰 등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고 밝혔다.

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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