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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제왕’ 폴슨, 세금 피해 푸에르토리코 이주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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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존 폴슨

세금이 낮은 곳을 찾아 떠나는 ‘택스 노마드(유목민)’에 또 한명의 거물이 가세했다. 프랑스 국민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에 이어 이번엔 ‘헤지펀드의 제왕’ 존 폴슨(57) 폴슨앤드컴퍼니 회장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폴슨이 나고 자란 미국 뉴욕을 떠나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로 이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푸에르토리코는 지난해 새 이주자들에게 자본소득세를 물리지 않기로 법을 개정했다. 반면 뉴욕은 소득에 따라 다르게 부과되는 세율이 최고 50%에 이른다. 자본이득과 배당에 대한 최고세율은 23.8% 수준이다. 112억 달러(약 12조원)의 자산가로 자신의 헤지펀드에 95억 달러(약 10조원)를 투자한 폴슨으로선 고민에 빠질 법하다.

 푸에르토리코 정부도 세금 폭탄을 피해 거주지를 옮겨온 미국인 고소득자가 10명에 이르고 추가로 40명이 상담 중이라고 전했다. 푸에르토리코 AMG 로펌의 페르난도 고이코 코바스는 “푸에르토리코로의 이주는 헤지펀드 매니저 같은 자산운용가들에게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선 1년 중 최소 183일을 푸에르토리코에서 머물러야 한다.

이 때문에 폴슨은 푸에르토리코 수도 산후안 근처 콘다도에 있는 펜트하우스를 알아본 상태다. 8379㎡(약 2534평) 규모의 500만 달러(약 55억원)짜리 주택이다. 폴슨의 두 아이를 입학시킬 수 있는 사립학교 세인트존스스쿨도 가까이 있다.

 폴슨은 아직 결정은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주를 하더라도 회사는 뉴욕에 둘 것으로 보인다. 폴슨앤드컴퍼니 측은 “푸에르토리코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검토했지만 아직 어떤 것도 실행하지 않았다”며 “폴슨 대표의 개인 계획에 대해서는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회사 측은 폴슨이 푸에르토리코 1위 은행인 방코 포퓰라의 대주주 중 한 명이란 사실은 인정했다.

 현지 언론은 폴슨의 이주 계획을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그가 뉴욕 맨해튼에서만 30년간 일해온 ‘뉴욕 토박이’이기 때문이다. 폴슨은 뉴욕 퀸스에서 자라 뉴욕대를 졸업했다. 2007~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거품 붕괴를 예견하고 가격 하락에 베팅해 일약 헤지펀드 업계의 스타가 됐다. 지난해에는 뉴욕 센트럴파크에 1억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그는 2011년 말 ‘월가를 점거하라(Occupy Wall Street)’는 반월가 시위가 비등하자 성명을 내고 “상위 1%의 뉴욕 주민은 40% 세율의 소득세를 내 다른 이들에게 큰 혜택을 주고 있다”며 “앞으로도 세금이 낮은 주로 회사를 이전하지 않고 뉴욕에 남겠다”고 했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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