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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안은 정치적 배려|선거관계법 개정요강 합의의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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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야가 합의한 선거관계법개정내용은 공명을 보장하는 등 선거제도상의 개정에 보다도 정치적 배려의 색채가 더 짙게 풍기고 있다. 따라서 개정내용의 시행에 있어서도 법률적 문제보다도 정치적 쟁점으로 번질 가능성이 많다. 이번 개정내용 가운데 특히 「개당추천 선관 위원의 임기(5년) 전 수시교체」규정은 앞으로 각 정당 사이의 새로운 쟁점이 될 것 같다.

<교체싸고 이해충돌>
왜냐하면 정당추천 선관위원은 원내제1야당만이 추천할 수 있으므로 민중당은 현재 야당추천 선관위원으로 있는 인사중 친여계와 친신한당계로 기울어진 사람을 교체하려할 것이며 이 때문에 그 교체여부를 싸고 각 정당의 이해가 정면으로 충돌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통령 선거에 있어 부재자투표실시와 국회의원선거에서의 투표통지 번호표의 기재사항 구체화 등에는 개정한 만큼의 핵과를 거두기 어려운 시행상의 난점이 있다는 것이다. 시행상의 문제점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대통령선거에서의 부재자투표제 실시=이 규정은 주로 주월 국군장병을 대상으로 투표권을 주기 위해 신설된 것인데, 전투작전임무를 수행하고있는 군인의 신분으로 그 투표가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인지가 의문시된다는 것이다.
▲구회당원선거에 있어 투표통지표기재사항의 구체화=야당이 주장하던 선거인명부작성의 지휘감독권이 묵살됐으므로 사실상 부정을 막는 요건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야당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선거인명부의 당본제출·선거운동원의 동원·선거연설회고지벽보·입간판을 늘린 것=이번 개정내용중 공명보장을 위한 야당의 주장이 충실히 반영된 것으로서 부정방지를 위해 진일보한 것으로 좁히고 있다. 권력·자금면에서 제약을 받는 야당보다도 오히려 여당에 이로운 결과를 주지 않느냐고 기우하는 풀이는 있지만 시행상의 문제점은 크게 거론되지 않을 것 같다.

<가까스로 타결점>
한편 이번 선거법협상은 처음부터 개정반대방침을 굳혔던 공화당이 반대이론을 조금씩 조심스럽게 후퇴시켰고 민중당이 개정범위를 압축함으로써 가까스로 타결점을 찾았다. 심의과정에서 드러났던 개정내용에 대한 여·야의 주장은 이러했다.
①대통령선거에서의 부재자투표실시에 대해서는 주월장병의 「군인신분」과 그 시행에서의 「번잡」을 이유로 반대했으나 박대통령의 진해발언(부재자 투표제 실시용의) 이후 실시키로 방침을 변경 ②정당추천 선관위원임기(5년) 전 수시교체에 대해선 공화당 측 이해와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찬성 ③투표통지표기재사항구체화 ④선거인명부의 사본제출 등은 야당의 선거인명부 작성권의 선관위이관 또는 처리감독권주장을 공화당이 끝내 반대함으로써 차선책으로 합의.
특히 야당은 협상이 타결된 19일 하오 총무회담에서 전국구 의석배분율 조정만이라도 들어줄 것을 제의했었다는 것이 하나의 후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구나 미합의된 것 중 선거인명부 작성권의 선관위이관문제와 후보자 비방금지조항 삭제 등은 앞으로 본회의심의과정에서 다시 논란될 가능성이 짙다.

<명분위주의 전략>
어쨌든 이번 선거법개정은 국민을 위한 정당정치 개선과는 본질적으로 거리가 멀어졌으며 여·야의 눈앞에 든 이해에 얽혀 어물어물 넘어갔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선거법개정에 앞장섰던 민중당이 제1야당의 권재확보에 지나친 역점을 두었던 것이 공화당의 명분위주전략에 겹쳐 결과적으로 야당끼리의 싸움에 부채질하게 된 셈이기도 하다.

<윤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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