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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도 온라인 거래

중앙일보

입력

금융기관간 채권거래도 주식처럼 온라인매매 시대가 열린다. 인터넷을 통해 매수.매도 호가를 확인하고 주문을 낼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제껏 대부분 채권거래는 주식과 달리 매매 당사자가 직접 전화나 메신저를 통해 거래 상대방과 접촉해 흥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왔다. 증권거래소가 장내 채권시장을 열어놓고는 있지만, 전환사채(CB) 등 일부 주식관련 채권을 제외하고는 거래가 거의 없다.

장외채권 전문 중개기관인 KIDB는 16일 "컴퓨터 화면에 뜨는 호가를 보고 채권을 사고팔 수 있는 전자거래시스템(ETC) 을 개발해 60여개 국내 금융기관에 보급했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시험가동을 거쳐 이달말부터 본격 거래에 들어간다.

국내 첫 채권 스크린매매시스템인 KIDB-ETC는 ▶금융기관들이 실시간으로 사자.팔자 호가를 입력하고 ▶원하는 종목을 온라인으로 직접 주문하며 ▶체결여부를 자동으로 통보받도록 만들어졌다. 온라인 주식매매시스템과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아울러 채권은 거래금액이 큰 반면 주문건수는 적은 점을 감안해 미리 원하는 거래조건을 입력해두면 여기에 근접한 주문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알람 기능도 갖췄다.

개인투자자들은 증권사에 채권매매 주문을 내고, 이를 증권사가 중개해 주기 때문에 이 시스템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다.

다만 채권거래가 투명해져 가격이 제대로 형성되고 수수료가 떨어지면 간접적으로 혜택을 보게 된다. 또 증권사를 통해 현재 거래되고 있는 채권호가를 확인할 수 있다.

오영수 KIDB사장은 "전자거래시스템이 정착되면 국내 채권시장은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ETC의 수수료를 낮춰 보다 많는 기관들이 참여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외국의 경우 ETC를 통한 채권거래는 미국이 35%, 일본은 15% 정도인 데, KDIB는 국내 점유율 목표를 20%로 잡고 있다.

금융관리위원회의 관계자는 "현재 KIDB를 통한 채권거래는 증권사.은행고유.종금사 등만이 가능하고 투신사.은행신탁.보험사 등은 증권사를 중간에 끼어야 한다"며 "연내에 투신사 등도 직접 KIDB에 채권주문을 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되면 채권딜러들이 리베이트를 주고받는 부조리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ETC 채권거래가 정착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LG투자증권의 성철현 채권트레이딩팀장은 "국내 기관들은 직접 통화방식의 채권매매 관행에 워낙 익숙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한 온라인 거래에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동양증권 김병철 채권운용팀장은 "결제이행에 대한 신뢰를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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