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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보다는 숲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어수선한 한주일이 지나갔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눈깔사탕에는 유독성분이 숨어드는가하면 대학총장이 학생처벌문제로 바뀌기도하고, 국회는 특별위 결렬로 소음속에 파묻히며, 정부안에서는 현금차관이 좋다, 나쁘다하여 정치생명을 보험에라도 넣을 기세로 왁자지껄했다. 어느정당은 올해의 「캐치· 프레이즈」로 삼「조용한 전진」을 약속했는데 아직도 우리의 정치사회는 소음속의 정체가있을 뿐이라는 생각을 안겨다준다. 그러나 한주일동안 하늘은 내내 푸르고 높았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우러르게한 하늘만은 어수선하던 가로를 잠싯동안이나마 잊게하였다. 이제 산에도 단풍은 들대로 들어,가을의 투명한 대기는 붉고 샛노랗고, 어엿한 색조에 담가졌다. 지난 일요일에는 서울근교의 산이란 산이 온통 『야-호-』의 메아리로 찼었다고 한다. 아마 이번 주말도 산이나 들은 한국의 젊은이들의 가쁜 숨소리로 그득하겠지-.
어쩌다 현실에 바싹 다가들어「폴래카드」를 내저으며 함성을 지르는것도 좋다. 그러나 현실을 멀리 제쳐놓고 사색에 침체해보는 것은 때로 더욱 유익한 일이기도하다. 한가을의 휴일을 기개가 늠름한 오봉의 바윗부리에서 아니면 솔바람소리에 파도소리가 업혀오는 태종대의 낭떠러지에서, 혹은 광활한 평야를 굽어보는 무등산마루에서 뜨거운 생명과 오묘한 일상사를 되씹어보는 것은 잊을수 없는 귀중한 한순간이 될것이다.
사물은 가까이서가 아니라 멀리서 보아야 한다. 우리 속담에도 있듯이 나무를 보지않고 숲을 보기 위해서-. 그리하여 먼 훗날의 역사에 고삐를 매어단 마음으로 현실에 채찍질을 해야 할것이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지금당장 필요한것은 많이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활동하는 것이다. 후회없는 장래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비창」을 지은 「차이코프스키」는 그의 일생을 되돌아보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무것도 후회하는 일을 하지는 않았다』 -. 한가을의 주말을 귀중한 순간으로 메우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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