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애니 리뷰] 카우보이 비밥 극장판 '천국의 문'

중앙일보

입력

여전히 현상금이 걸린 범인들을 쫓아다니는 스파이크와 제트, 페이, 에드 그리고 천재 강아지 아인. 이들 현상금 헌터들의 이야기를 그린 '카우보이 비밥'은 일본뿐 아니라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이다.

오늘 이야기할 작품은 바로 그 명작 '카우보이 비밥'의 극장판인 '천국의 문(Knocking on Heaven's Door)'이다.

현상금 헌터들 이번 타겟은 천국?

화성으로 가는 길, 스파이크와 제트는 편의점에 난입한 범인을 잡는다. 한편 페이는 화성에 먼저 도착, 다른 현상범인 해커를 쫓는다. 그 와중에 해커가 훔친 것으로 판명된 '탱크로리'가 갑자기 폭발을 일으키고 페이는 그 폭염 속을 뚫고 나오는 의문의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목격한다.

이 폭발로 의문의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수십 명이 죽고 다친다. 그래서 이 폭발의 범인에게 3억 베리라는 엄청난 현상금이 걸리게 되고 비밥 호 사람들은 그 범인을 찾기 위해 사건 해결에 나선다.

미궁 속 같은 사건을 하나하나 실마리를 쫓아 범인과 의문의 바이러스 정체를 하나하나 밝혀나가는 그들. 마침내 스파이크는 범인 빈센트와 함께 타이탄에서 특수부대로 활약한 에렉트라와 같이 그와 첫 대면을 하게 되고 그 싸움에서 스파이크는 빈센트에게 져서 큰 부상을 입는다.

스파이크가 고전하고 있는 사이 의문의 바이러스의 정체가 정신을 지배하는 나노 머신으로 밝혀지게 된다. 또한 빈센트와 에렉트라는 특수부대에 있을 당시 생체 실험을 당하면서 그 나노 머신에 대한 항체를 가지게 됨을 알게 된다.

이로써 사건은 종반으로 치닫고 스파이크 일행은 범인 빈센트가 헬로윈 축제 때, 그 나노 머신을 시내 한복판에 뿌리려는 계획을 알게 된다.

천국에 다가가는 문. 과연 스파이크 일행은 빈센트를 저지할 수 있을까?

영화 전반에 깔리는 도가 사상, 장자의 호접지몽(胡蝶之夢)

작년 9월 일본 전역에 개봉, 인기를 끌었던 '카우보이 비밥: 천국의 문'. 이 작품 전반에는 도가 사상이 깔려 있다. 감독 와타나베 신이치로는 한 인터뷰에서 '이 작품은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을 도가 사상에서 시작한 것이다.

빈센트의 대사는, '꿈에서 내가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니는 꿈을 꾸었는데, 잠에서 깬 지금, 내가 나비의 꿈을 꾸었는지, 나비가 나의 꿈을 꾸었는지 분간이 안된다'라고 말한 장자(莊子, 송나라의 철학자. 도가 사상을 집대성함)의 말과 같다. 군부에 의해서 타이탄에서 생체 실험을 당한 빈센트의 눈앞에 아른거리는 환상의 황금 나비와 장자의 꿈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린 것이다.

다만 둘의 행동에는 차이가 있다. 장자는 그것을 통해 자연과 일체가 되는 방법을 깨달았지만, 빈센트는 그 진위 규명을 위해 눈앞의 모든 것을 파괴하여 그 세계에서 나가려고 한 것이다.

그 밖의 스토리 진행은 TV판과 비슷하다. 스토리는 딱 TV판의 22화와 23화의 사이쯤이라고 한다. 배경은 모로코와 비슷한 나라로 스텝들은 이 작품을 위해 수없이 모로코를 다녀왔다고 전해진다.

OST 또한 칸노 요코의 우울한 재즈 선율로 무장, 비밥의 암울한 분위기를 한층 더해주고 있으며 등장 캐릭터들의 성격이 잘 나타나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백미는 한층 더 멋있어진 전투 장면.
카우보이 비밥에서 전투 장면을 더욱 멋있게 보이는 이유는 카메라 워크에 있다. '카우보이 비밥'은 여타 애니메이션처럼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장면을 찍는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니라, 마치 카메라 맨이 6mm카메라를 들고 뒤쫓아서 찍은 듯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캐릭터의 움직임이 더욱 역동적으로 보이게 하고, 전투 신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카우보이 비밥'의 극장판 '천국의 문'은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이지만, 수많은 팬들이 바랬던 'TV판 이후의 이야기'나 '스파이크의 과거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 아쉬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TV판은 TV판 대로, 극장편도 극장판 대로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지 않을까? 감독이 말했듯이 '작품의 힘으로 승부한다'는 것처럼 극장편의 내용만으로 볼만한 애니메이션이기에 강력히 추천할만한 작품이다.

꼭 구해서 보시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