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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무기만으로 나라 못 지켜”… 박 대통령 강경 메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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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충남 계룡대 연병장에서 열린 ‘2013 장교 합동 임관식’에 참석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이날 임관식에서는 육·해·공군사관학교 생도 등 5783명이 소위로 임관됐다. 오른쪽부터 박 대통령, 김관진 국방부 장관, 조정환 육군참모총장, 최윤희 해군참모총장, 성일환 공군참모총장, 권오성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의 도발 위협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8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육·해·공군 장교 합동 임관식에 참석해 “북한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강행하고,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며 “국민은 굶주리는데 핵무기 등의 군사력에만 집중한다면 그 어떤 나라도 결국 자멸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아무리 핵무기가 발전해도 무기만으로 나라를 지킬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대처하겠다”면서도 대화의 길은 열어놨다. 그는 “북한이 변화의 길로 나선다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적극 가동해 남과 북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기반과 조국 통일의 길을 탄탄히 닦아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날 새벽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2094호) 채택을 계기로 북한이 남북 불가침 합의를 파기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언급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식 때부터 줄곧 대화와 지원을 약속하는 대북 메시지를 던져왔다. 취임사→3·1절 기념사에 이어 오늘이 세 번째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은 것은 북한의 변화 가능성을 인내하고 기다린다는 의미지만 자멸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어느 때보다 강경한 대북 경고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장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것은 1979년 퍼스트레이디 대행으로 임관식에 참석한 지 34년 만이다. 박 대통령은 육사를 수석으로 졸업한 양주희(여) 소위 등 수석 졸업자들에게 대통령상을 수여하면서 얼굴을 쳐다보고 미소를 짓거나 메달을 달아준 뒤 다시 어루만지는 등 애정을 표시했다. 소위 계급장도 직접 달아줬다. 임관자 대표가 경례를 하자 오른손을 들어 거수경례로 화답했다. 취임식 당시엔 손바닥이 보이는 등 거수경례가 어색했다는 평가가 나왔던 것과 달리 이날은 손의 각도가 안정되는 등 자연스러웠다.

 박 대통령은 오후 헬기로 청와대에 도착, 예정에 없이 ‘지하 벙커’로 불리는 위기관리상황실을 찾았다. 청와대는 이날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주재로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를 마친 뒤 이곳에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의 주재로 윤병세 외교부, 류길재 통일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식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군 동향을 보고받은 뒤 “북한이 연례적인 키리졸브 연습과 유엔 안보리 결의 2094호에 대응해 지속적으로 핵 선제타격, 전면전 시행, 남북 불가침 합의 파기,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백지화 등 말할 수 없는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북한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어떠한 도발 행위도 즉각 무력화할 수 있는 한·미 연합태세를 갖춰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통진당 이번엔 ‘한·미 군사훈련 중단’ 풍선

유엔 결의안에 대해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유엔 회원국들이 제재 조치들을 곧바로 실행에 옮겨 국제사회의 일치된 힘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환영했다. 민주통합당도 “정부와 미국이 지금이라도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박용진 대변인)고 밝혔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은 경남 창원시의 미국 군사고문단 앞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한·미 군사훈련 중단’ 문구가 적힌 풍선을 날리는 행사를 열었다.

신용호·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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