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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김정은, 아버지 장례식 끝나자마자 간 곳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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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앙포토

7일 새벽 북한의 서해 최전방인 무도방어대를 찾은 김정은(29·최고사령관)은 포탄자국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2010년 11월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도발 때 우리 해병의 대응 포격으로 생긴 자국이다. 그는 “남조선 괴뢰 호전광들의 침략도발 책동을 무자비한 불소나기로 짓뭉개버렸다”고 병사들을 치켜세웠다. 지난해 8월 이 부대를 방문해 “서해를 적들의 최후무덤으로 만들라”는 발언을 했던 김정은은 이날도 한국군을 ‘적(敵)’으로 지칭했다.

 최근 들어 극한으로 치닫는 북한의 대남 위협에는 김정은의 호전성이 깔려 있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진단이다. 통일부 간부는 8일 “북한은 김정은이 서명한 작전계획에 따라 전면대결전에 진입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며 “군부는 ‘조국통일대전’ 등의 표현을 쓰며 전쟁 분위기를 띄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7일자 노동신문엔 ‘최고사령관 동지 명령만 내리시라’와 같은 구호도 등장했다.

 김정은은 김정일 사후 본격적으로 호전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장례식 며칠 뒤인 지난해 1월 1일 새해 첫 공개활동으로 김정은이 찾은 곳은 제105 탱크사단이었다. 이 부대는 한국전쟁 때 서울에 가장 먼저 진주해 서울 중앙청에 인공기를 매달았다. 지난해 1월 8일 김정은 생일을 맞아 내보낸 기록영화에는 그가 군가 악보에 친필로 격려한 화면이 등장했다. 여기에는 ‘이 노래를 함께 부르며 남진(南進)의 길을 가자’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후계자 시절인 2010년 1월에는 탱크에 직접 올라타고 남한 진격을 가상한 훈련의 선두에 나선 적도 있다. 조선중앙TV가 전한 당시 장면에는 ‘중앙고속도로’ ‘춘천~부산’ ‘김해’ 등 우리 주요 지역을 설정한 팻말이 꽂혀 있는 도로를 탱크를 타고 지나는 김정은의 모습이 드러났다.

 어렸을 적 스위스 유학과 여행으로 한국 실상을 잘 알고 있을 김정은의 거친 남한관은 의외란 지적이다. 일단 핵·미사일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경제력 때문에 눌렸던 상황을 대량살상무기(WMD)로 일거에 뒤집겠다는 계산인 듯하다.

 강력한 군사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굳히려는 의도적 행동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국에 지지 않겠다는 승부기질도 작용하는 것 같다.

 군부 강경파에 휘둘리면서 초강경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일 사망 당시 이명박 정부가 방북조문을 제한적으로 허용한 것에 대해 감정이 상해 있다는 방북인사의 전언도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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